이용과 무시당하는 사람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스트레스|자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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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과 무시당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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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아는 언니가 내 자취방에 며칠 자다가 갔다. 처음엔 좋은 마음으로 초대했는데, 같이 있는 내내 스트레스 받았다. 발냄새가 진짜 심한데 발을 씻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올라가는 것도 싫었고, 면봉을 쓰고나서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리는 것도 싫었고, 손톱을 깎는 건지 뭔지 침대 위에서 손톱깎이로 손톱 부근을 정리하는 것도 싫었고, 침대 위에서 간식을 뜯는 바람에 이불 이곳저곳에 양념을 튀기는 것도 싫었다. 특히 침대 위에서 손톱깎이로 손톱부근을 정리할 때가 ***듯이 싫었다. 그런데도 난 쳐다보기만 하고 아무 말도 못했다. 그 언니는 나보고 내내 성격이 착하고 순하다고 했다. 난 그 말이 싫다. 예전에 친했던, 지금은 절교한 친구가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오르기 때문이었다: 보통 이렇게 하면 화내거나 싫어하는데 너는 가만히 있는다며 꺄르르 웃었었다.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하던 화 낼 만한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당시에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나빴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언니가 내 방을 함부로 쓰더니 줄곧 내게 “착하고 순하다”고 하는데, 그 때와 똑같은 기분이 들었다. 간 봐가면서 기분 나빠할 만한 행동을 조금씩 해보고, ‘얘는 이렇게 대해도 되는 사람이구나’ 의 범위를 점점 넓혀가는 것 같았다. 내가 왜 그때 아무말도 못했을까 생각했다. 우선은 나보다 언니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동갑내기 였어도 말을 꺼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불편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 좁은 공간에, 그것도 바로 옆에 누워있는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란 쉽지 않았다. 왜냐면 그 좁은 공간에서 분위기가 안 좋아진다면 남 눈치를 많이 보는 나로서는 감당이 안될 것 같았고, 그걸로도 충분히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서였다. 결국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지만(사실 너무 예상을 벗어난 행동이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던 것도 있지만) 결국 내게 돌아온 것은 스트레스에 자괴감이었다. 아무말도 못한 내 자신에 대한 자괴감.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만약 그 때 말을 했다면 화가 덜 났을까? 끝에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최소 상식 선에서 벗어나지 않는 사람만 내 주변에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던가. 사람은 끼리끼리 라던데, 이런 사람이 내 주변에 있었다는 건 나도 그 수준의 사람이었던건가. 싶었다. 그동안의 내 인생을 돌아봤다. 딱히 잘못 산 것 같진 않은데. 모르겠다. 선량함도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베풀 수 있는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주위의 두터운 보호 아래 한없이 선량함을 베풀 수 있는 반면, 다른 누군가의 선량함은 그저 ***천치에 모두의 먹잇감이 된다. 이용당했다고 하소연하면, 그건 그저 그 사람이 미련해서 벌어진 일인 것이다. 나는 후자다. 주변 사람은 내가 미련하다고 한다. 후에 나는 선량함을 기꺼이 베풀면서도, 또 ***같이 이용당한 건 아닌지 속으로 계산한다. 선량한 사람이고는 싶지만 ***가 되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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