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죄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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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너는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눈 내리는 겨울에 천애고아에다가 주변 어른들이 줄줄이 포기했던 나와 학원이란 학원은 다 돌***니며 대학 운운하는 모범생인 너가 내 집 앞골목 판잣집 계단에서 두 손 맞잡고 펑펑 운 날 너에겐 어떤 의미였는지 모르겠어 이대로 살아봤자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내 존재가 너무 역겹던 고등학생 시절 담배랑 술로 하루하루 연명했는데 반장이랍시고 너가 내 집 문 두들기더라 깔끔하게 머리 올려묶곤 가정통신문과 선도위원회 날짜 종이를 무덤덤하게 주던 너가 너무 싫었어 난방 하나 없이 겨울이면 무방비하게 찬바람 들어오는 단칸방에 풀교복인 니가 너무 낯설어 보였거든 같은 여자에 같은 나이에 같은 학굔데 왜 너랑 나는 이리도 다른지 마시다 만 술병 너한테 던졌었잖아 기억나? 깜짝 놀란 니가 경찰에 신고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친 그 순간이 왜인진 모르겠지만 너무 비참했었어 기억나는진 모르겠지만 너는 그 후로도 종종 내 집을 들렸었잖아 처음엔 반장이라는 명분으로, 말을 좀 튼 다음엔 학원 때문에 힘들단 이유로, 깊은 속내까지 털어놓는 사이가 되었을땐 숨을 옥죄는 네 엄마 때문에 내 집을 거의 거처로 삼았었어 내가 마냥 어릴때부터 고아원에서 꿈꾸던 엄마라는 존재가 너한테는 인생의 트라우마이자 죽이고싶은, 죽고싶은 이유인걸 깨닫곤 한동안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어 웃기지 않니? 넌 명품에 상쾌한 복숭아향이 나는 향수를 뿌리는데 난 담배냄새에 대강 묶은 머린데 동질감을 느낀다는게 난생 처음 너가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했어 물론 놀던 애들은 있었지 하지만 너도 알잖아 걔들은 나와 함께 손 잡고 인생 버리는 중이라는걸 당장 밥 먹을 식비도 없는데 판잣집 중 독거노인 사는 곳 들어가서 몇 원 되지도 않는 돈 훔친 다음에 노래방 갔던 날 너가 데리러 왔었잖아 그날 진심으로 너랑 싸웠었어 너같은 앤 모르겠지 이렇게라도 훔치지 않으면 난 오늘 내일 당장 살 여비도 존재하지 않다는걸 이렇게라도 살지 않으면 두 다리 편하게 뻗을 수 없는 이 빌어먹게 작은 방에서 홀로 쓸쓸히 죽을 것만 같은 기분을 넌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거야 하지만 넌 날 끝까지 타박했었어 기억 나? 결국 성화에 못 이겨 정말 힘들게 모아둔 돈 그 노친네 집에 다시 돌려놨었는데.. 나 그런거 난생 처음이었어 누군가에게 무엇을 강탈하고 그걸 다시 돌려주는 행위 말이야 그 누구도 나한테 그러라고 알려주지 않았고 그냥 훔친 못된 년이라고 비난만 했었거든 그 누구도 내가 이 다음에 취해야 할 행동이 뭔지 알려주지 않았어 그런 의미로 넌 정말 나한테 특별한 존재였었어 맨날 부끄럽다는 이유로 너한테 한 번도 소중하다 말해준 적 없는데 넌 지치지도 않고 내 손 잡은 채 두 눈 마주치곤 소중한 존재라 읍조려주드라 니 덕분에 달동네 밑 슈퍼에서 알바도 하고있고 너가 알려준대로 파닉스부터 시작해서 영단어도 조금씩 외우고있어 물론 대학은 못 가겠지만 뭔가 사람이 된 느낌이라 하루하루 만족스러워 그런데 넌 내 인생을 이리도 바꿔놓고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난 아직도 그날이 잊히지가 않아 고물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고 그 번호가 네 번호였잖아 우습지 않냐? 꼬박 2년을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고 위로해주고 비난하고 아껴했던 우리가 정작 전화번호는 저장하지 않았던게 말이야 사실 우린 전화번호조차 저장하지 않은 그런 사이였던게 아니였을까 하루에 한 번 꼴로 ***이 일어나는 내가 사는 동네에서 너라는 빛나는 사람이 왔을리가 없잖아 그냥 저장되지 않는 번호가 마치 너라는 사람이 이런 곳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누군가 알려주는 것만 같았어 그래서 난 안 받았지 이건 너도 기억할거야 모르는 번호니 당연히 받지 않았고 물 새는 곳을 대충 떼우고 있던 난 그날을 두고두고 후회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너의 외침은, 먼 거리에 있을 때 처음으로 건냈던 네 음성요청을 내가 거부했던 그 날 넌 한강에 몸을 던졌지 몇 주째 안 나오니깐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 결국엔 너도 똑같은 년이였다고 욕하며 널 비난했었어 니가 제대로 살라고 내게 준 사자성어책을 불태우고 그 노친네 집에 침을 뱉었어 니가 날 찾아오지 않으면 난 이정도로 망가진다는걸 알려주고 싶었어 그래서 죄책감이라도 좋으니 너가 내 곁에 있었으면 했어 행인에게 돈을 뜯었고 하루에 세 갑씩 담배를 빨았어 너가 찾아오기만 유기견마냥 그 좁아터진 방 안에서 손꼽아 기다렸었어 그런데 결국 한 달이 지나서야 알게됬잖아 진짜 이젠 안되겠다, 학교로 가서 따지기라도 해야겠다 하고 2시쯤 미적미적 걸어간 네 반 네 자리에서 국화꽃을 발견했을 때 그때 내 심정은 정말 정말 그냥.. 다 죽여버리고 싶었어 널 괴롭게했던 니 ***도 죽이고 싶었고 날 보며 수근거리는 니네 반 애들 또한 ***버리고 싶었어 그 노친네의 목을 꺾고 싶었고 슈퍼 사장의 입을 뜯어버리고 싶었어 날 보며 눈이 휘둥그래진 니네 쌤이 원망스러웠고 국화꽃이 흰색인게 역겨웠어 그리고 제일 죽여버리고 싶었던건 바로 나였어 전화를 받으면 어떻게 될지 몰랐던건데 조금 더 일찍 학교에 갔으면 니 혼이 아직 여기 머무를 때 조금이라도 위로해줄 수 있었는데 내가 널 원망하지 않았더라면 넌 천국을 향해 갈 때 마음이 가벼웠을텐데 그냥 네 인생에서 나같은 쓰레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넌 답답하고 힘들겠지만 잘 졸업하고 대학 간 다음 니가 원하던 자취를 시작했을텐데 내가 괜히 너의 숨구멍이 되어줘서, 내 집이 괜히 너의 아지트가 되어서, 내 목소리와 내 눈빛을 니가 괜히 알아버려서 그래서 더더욱 평소같은 생활을 겪는게 힘들었던건 아닐까 그래서 결국 그 더러운 물 속에 널 던진건 아닐까 정말 몇 번이고 몇 십번이고 몇 백번이고 후회해 내 오장육부를 다 뽑아 내게 나란히 전시해주고 싶어 그러면 너는 그걸 보고 니가 속상한만큼 밟아주면 돼 정말 뼈가 시리도록 아프도록 부러지도록 후회해 너가 거절했어도 네 집 정도는 한 번 가볼걸 그랬어 있는 옷이라곤 계절마다 두 벌이 전부인 내가 니가 사는 오피스텔에 발 들이기가 두려워 더 물어*** 못했어 내가 한 번이라도 네 일상 속 네 공간에 갔었더라면 조금 더 일찍 널 찾을 수 있었을텐데 너가 원하던 동네친구가 될 수 있었을텐데 내가 그 사자성어 책을 불태우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너의 흔적을 끌어안고 마음껏 울 수 있었을텐데 나는 정말 진심으로 너를 너무 아끼는데 그 한마디를 못해줘서... 그래서 진짜로 내가 그 어떤때보다 싫어져버렸어.. 유정아 사랑해 사랑하고 좋아해 사랑하고 좋아하고 애정해 애정함과 동시에 아껴 아끼면서 내 모든걸 바쳐서라도 네 행복을 주고싶을 정도로 좋아해 분명 너라면 이거보다 더 내 마음을 잘 표현할 단어를 찾았겠지 언제나 그랬듯이 옆에서 보조개 피는 미소 지으며 '멍청아 그럴 땐 이렇게 말하는거야'라고 정정해주겠지 난 너가... 난 너를 그냥 좀 많이 사랑했던 쓰레기였을 뿐이었어 사후세계 믿지 않는 나지만 너만큼은 있었으면 좋겠다.. 너만큼은 그 푹신푹신한 구름 위에서 네 욕망을 다 표출했으면 좋겠어.. 그게 만일 날 죽이는거라 하여도 기꺼이 네 소원에 맞춰줄게 진짜 사무치게 사랑했어 소중한 나의 유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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