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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부터 독립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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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안녕하세요, 스물 후반이 되어가는 여자입니다. 아주 긴 글이 될 것 같은데, 어디 얘기할 곳도 없고 너무너무 답답해서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가 봅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성인까지 단 한번도 엄마 속썩인 적이 없다며 엄마가 누구보다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딸입니다. 그치만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 한 켠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와요. 제 속은 엄마 때문에 셀 수 없이 많이 상처받고 문드러졌거든요. 엄마는 진단받으신 적은 없지만 분노조절장애가 있으셨던 것 같아요. 신경질적이고 예민하고 언제 어떤 포인트에서 화가 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아빠도 저도 언제나 불안에 떨며 살았어요. 어릴 적엔 엄마의 모든 분노에는 다 정당한 이유가 있고, 내가 무언가 부족하거나 잘못해서일거라고, 그러니 나만 바뀌면 된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중학생 때 어떤 사건을 계기로 저는 이제껏 엄마의 분노가 정당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엄마의 폭발, 그것을 ‘발작’이라고 불렀습니다. 엄마는 환자이고, 내가 고쳐줄 수 없는 일이니 그저 참아내주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그렇지만 이제는 더이상 나한테서 잘못을 찾지 말자. 내 잘못이 아니다. 엄마는 아픈 사람이니까 그냥 내가 눈 딱 감고 꾹 눌러 참아내주자. 나이가 들며 많이 나아졌지만 성인이 되었을 때까지도 꽤 오랫동안 기본적으로 엄마랑 있을 때의 저는 ‘불안’이 디폴트였어요. 돌이켜보면 초등학생 때부터 이인증(이 증상은 나중에 더 크고나서야 그 이름을 알았어요)도 겪고, 중고등학생 때부터 서서히 우울증에 빠지기 시작했어요. 대학생 때 부모님과의 적당한 거리두기를 위해 기숙사에 가고싶다 넌지시 이야기했다가 아주 난리가 난 후론 완전히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어요. 절대로 힘든 일은 남에게 말하는 법이 없어서 완벽한 가면성 우울증에 빠졌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나마 많이 나아진 상태입니다. 그런데 그저 참는 것만이 답이었던 제가 성인이 된 후, 언제부터인가 엄마의 발작이 일어나면 나 자신을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어요. 억울함과 분노를 눌러 참는 게 힘들면 날 죽이는 상상을 하면 아이러니하게도 분노가 조금 해소됐어요. 생각해보면 엄마한테 화가 나야하는데, 그게 왜 날 향하는 건지. 여전히 예전과 같은 모습이 보이는 엄마한테 느끼는 분노보다,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엄마의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다 흡수하고 견뎌내는 일곱 살 어린 시절의 나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나 자신이 가장 답답하고 밉고, 아, 이 표현도 너무 약한 것 같아요. 정말이지 그럴 때면 딱 나 자신을 죽여버리고 싶어져요. 한편으론 엄마의 폭발을 어릴 때처럼 묵묵히 받아내주지 못하는 거에 분노를 느껴요. 나만 참으면 모든 게 다 평화로운데, 나만 참으면. 왜 그 당연하던 걸 이젠 못하겠는건지. 더이상 참아내지 못하는 내게 살인 충동을 느껴요. 스스로 생각해도 참 말도 안되는 논리예요.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생각에서만 끝낼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여전히 엄말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내가 그런 선택을 하면 완전히 망가져 사라질 엄마의 삶을 위해 전 차마 그 충동을 실행***지는 못했어요. 다행히도 엄마는 교회를 다니고 자아성찰을 하시면서 많이 정말 많이, 제 어릴 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달라지셨어요. 아주 가끔씩 예전의 모습들이 튀어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말 많이 달라지셨어요. 그런데도 저는 아주 잘 참아왔던 어린 시절이 무색하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릴 적의 상처가 쌓여왔던 것인지, 예전에는 잘 참아넘겼을 아주 작은 일에도 너무 크게 무너져버립니다. 올해는 유독 여러 번 그런 일이 있었어요. 제 안의 트리거가 눌리는 일들이요. 예전이라면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꾹 참아냈을텐데. 저도 참다못해 폭발해버리면, 엄마는 제가 머리가 크더니 배은망덕해졌다며 더 크게 폭발을 하고. 그 날도 그랬어요. 벌써 몇 달 전의 일이네요. 지금까지 정말 잘 참아왔는데, 그 날은 진짜로 수천번 머릿속에서만 생각했던 일을 실행하기 일보 직전의 충동을 느꼈어요.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도저히 그 마음을 누르기가 힘들어서 순간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서 완전히 한참 냉전 상태로 저를 무시하며 집 밖에 나가있는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펑펑 울며 제발 지금 나한테 와달라고 울부짖었어요. 엄마는 당연히 놀라서 집으로 한달음에 달려왔지요. 사실 그동안 엄마때문에 죽고싶다는 충동을 수도없이 느꼈다고 고백했어요. 정말 그런 적이 없는데, 엉엉 울며 내 가장 큰 비밀을 말해버렸어요. 그 날은 엄마가 미안하다고 그랬는데, 사실 엄만 그 말에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셨나봐요. 알아요. 예상했던 바예요. 그래서 차라리 내가 죽어버려도 무덤까지 갖고 가고 싶던 비밀이에요. 엄마 땜에 죽고 싶어하는 딸이라니.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요. 더군다나 저희 엄만 안 그래도 예민한데 코로나를 겪으며 더 다운되고 공황이 오기 전의 불안증까지 겪으셨던 터라 더욱 말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저에게 생각할수록 괘씸하고 세상이 무너지는 말이었다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동안의 삶이 다 무너지는 말이다- 하는데, 저는 정말로 살기 위해 최대한의 용기를 낸 거였거든요. 더이상 속으로 삼키는 데 한계를 느껴서, 제가 살기 위해선 엄마한테 나 힘들다고 말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어요. 그런데 엄마에게 그 말을 들으니 저는 더이상 무너질 데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더 낭떠러지로 떨어져버린 기분이에요. 결국 저는 또 다시 엄마에 대한 죄책감으로 미쳐버릴 것만 같아요. 내가 잘못한 건 없는데 왜 나는 이럴 때마다 매번 나를 벌주고 싶은 걸까요? 왜 책임도 없는 일에 죄책감을 느끼는 걸까요? 엄마의 감정은 엄마가 책임져야하는 거잖아요. 어릴 적부터 습관적으로 엄마의 감정을 흡수해온 저는, 스물 후반이 되어서도 여전히 엄마의 기분이 곧 나의 기분이 되어버린. 아니, 엄마가 버린 기분을 떠안고 있는 감정 쓰레기통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또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속으로 삼키고 또 참아내는 것 뿐이에요. 물론 부모님도 인간이니 완벽할 순 없겠죠. 그런 걸 바라진 않아요. 저도 엄마의 부족한 부분 역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어요. 굳이 억지로 고치고 싶지 않아요. 고치고 싶다고 제가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현실적으론 엄마와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싶었어요. 그럼 저도 좀 차차 나아질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아요. 대학 때, 통학이 왕복 4시간 가까이 걸려서 그 핑계 겸 기숙사에 보내달라했는데, 여대 기숙사조차 이악물고 반대해서 본가가 이사까지 갔던 정도로 강경한 집이라서요. 그렇다고 제가 부모님과 의절할 각오로 집을 뛰쳐나가고 싶은것도 아니에요. 그나마 이번에 죽고싶었단 애길 하면서 제발 나 살기위해 독립 좀 시켜달라고. 당장이 아니더라도 제발 제발 적당히 거리두고 독립할 수 있게 해달라고 어찌어찌 얘기해서 엄마도 조금 마음의 준비는 하고 계신 것 같은데.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정상적으로 독립하려면 몇년은 더 걸릴 것 같은데, 저 그동안 어떻게 버티죠? 그전까지 제가 버틸 수 있을까요? 제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이 길고 캄캄한 터널의 끝이 안보여요… 어디가서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 것 자체도 죄책감이 들어 상담받으러도 못가겠어요. 그나마 익명이라 여기에 넋두리 남깁니다… 해결방법을 묻는다기 보다는, 그냥 해방 전까지 제가 잘 버틸 수 있다는 응원이 듣고 싶어서요. 빈말이라도 듣고 싶어요. 정말 도저히 그때까지 버틸 힘이 안 생겨서요. 너무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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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81
· 2년 전
안녕하세요.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어요? 어머니의 폭발적인 성격 때문에 많이 상처받으시고 힘든 감정까지 생긴 것 같아요. 우선 자기를 잘 다독여주시고, 너무 고되어보이는데 더이상 못 참겠다 싶으면 터놓고 말하는 상담도 추천드려요. 어머니께 직접적으로 말을 하면 어머니가 배신감을 느끼시니까, 제3자에게 말을 하면 감정을 해소하는데 도움도 되고 어머니의 관계가 더 나빠질 일은 없을거에요. 어머니가 화를 낼 때마다 많이 당황하셨을 것 같아요. 같이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슬프기도 했을 것 같아요. 어머니가 화를 낼 때마다, 집에 있지 말고 잠시 외출하는 건 어떨까요? 온전히 화를 받아내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어머니가 교회 다니시면서 많이 나아지셔서 다행이에요. 자기 자신을 많이 사랑해주세요. 얼마나 불안하셨어요. 이제라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요. 아직 독립까지 시간이 좀 있다고 하니까, 버틴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어머니가 화를 내면 잠시 피해있어야겠다 하고 나가서 잠시 카페도 갔다오고 그러면 기분이 좀 나을 거에요. 글쓴이님 고생 많으셨어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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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글쓴이)
· 2년 전
@dk81 진심 어린 댓글, 행복하라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말하는 상담도 고려해봐야겠어요. 댓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