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이, 한 해 시작이 너무 무서워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우울증|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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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이, 한 해 시작이 너무 무서워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나의새벽
·2년 전
초중고대 16년을 학생으로 다니고 연이어 16년을 중등교사로 근무했습니다. 어찌 보면 32년 쉬지 않고 학교에 가고 있네요. 지금 생각하면 왜 교사가 됐는지 모르겠어요. 하고 싶던 일들이 참 많았는데, -그건 취미로 해도 된다. -그런 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 -인식이 안 좋은 직업이라 후회할 거다. 이런 말들에 떠밀려 부모님과 담임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진로를 선택했어요. 처음 10여 년은 그럭저럭 보냈던 것 같지만 주변에서 제 교사 인생엔 마가 끼었다고 할 만큼 누구는 한 번도 겪을 일 없는 사건들을 계속 겪고 지금은 출근부터가 지옥인 하루를 살고 있어요. 매번 학교에서 손꼽히는 힘든 학생, 드센 학부모를 만났고 그게 반복되니 같은 강도의 문제도 더 견디기 힘들어졌어요. 전화 통화 하나도 무서워 매일 약을 먹고도 덜덜 떨며 업무를 처리해요. 다른 일을 하려고도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그런데 교사 생활을 하며 생긴 정신적 문제들로 대인관계가 너무 힘들어졌고, 도중에 허리를 다쳐 작은 짐 하나 들지도 못하게 됐고, 우울증으로 방치해뒀던 눈의 문제는 한 쪽 실명으로 이어져 너무 많은 제약을 갖게 되었어요. 수 년째 방학 때마다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연중 가장 스트레스 받는 시기가 되어 또다시 내일 새 학기를 준비합니다. 정신과도 다니고 약도 오래 먹었지만 달라지는 게 없고, 하루하루 죽고만 싶었던 마음이 상담받으며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출근이 두렵고 또 일 년이 두려워요. 저는 그냥 이렇게 사는 방법밖에 없는 걸까요. 이렇게밖에 살 수 없나 하는 생각은 종종 다시 죽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져요. 실제로 그러려고도 했었어요. 매일 병원과 약을 달고 살면서도 휴직하지 못하는 건, 출근하지 않고 혼자가 되는 순간 이제 마음 편히 죽어도 될 것 같다고 여길 것 같아서였어요. 휴직 후엔 복직도 해야 하니까, 그러기 전에 죽어서라도 회피하고 싶을 것 같아서. 문득 그 마음이 두렵다 느껴질 때면 제게 그래도 살고 싶은 욕구가 남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럼에도 사는 건 너무 힘드니까 매일 혼란스럽기까지 한 것 같은데 그보다는 많이 지치고 힘들어요. 내일이 너무 불안하고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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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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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A
· 2년 전
아직 삶을 포기하기엔 너무 어리고 예쁜 나이잖아요... 삶을 포기하기에 적절한 나이란 없지만 분명 마카님이 괜찮다고 생각할 만한 나날이 꼭 올 거예요. 응원할게요.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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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N0119
· 2년 전
다 내려놓고 싶은마음 이해합니다. 다 내려놓으면 다시 잡기가 힘들어지죠. 그래서 죽기까지 이를 악물며 버티고 있는거겠죠. 이 사회는 어떻게든 버티는 방법밖에 없네요. 하루에 한 번이라도 하늘을 바라보며 내가 살아있구나. 나는 행복해잘 자격이 있구나를 생각하세요. 그 말을 마음에 새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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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새벽 (글쓴이)
· 2년 전
@SION0119 그래서 버티는 거라는 말이 신기하게도 위안이 되네요. 어제 밤부터 계속 누워만 있다가 굳은 몸 겨우 일으켜 베란다에서 하늘을 보고 왔어요. 올해 무사히 버틸 수 있으면 좋겠어요.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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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N0119
· 2년 전
이 글이 저에게도 위안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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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dia0108 (리스너)
· 2년 전
안녕하세요, 마카님. 저는 16년을 다니고 대학원에 진학해 또 학교를 다니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그 긴 시간을 보내신 마카님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모든 직업이나 일이 다 그렇지만 쉬운 일이나 하찮은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몇 개의 일들은 다른 일보다 더 많은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교사라고 생각해요. 교사는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아이가 길을 잃거나 헤매고 있을 때 방향을 알려주기도 하고 아이가 보고 배울 수 있도록 먼저 나서기도 하면서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아이들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 해주는 어른이 교사라고 생각해요. 모든 아이들이나 학부모님이 교사를, 어른을 같은 사람으로서 존중해 주면 조금 덜 힘들 텐데 그렇지 않은 몇몇의 사람들 때문에 더 치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나를 챙기기보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챙기고 주변 사람들을 신경 쓰다보니 정작 나는 제대로 살피지 못해 지금 힘든 걸까요? 저는 마카님의 힘듦을 다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정말 힘들고 아팠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죽지 않기위해 내일을 또 살아가기 위해 뭐라든 하시려는 마카님이 너무 대견하게 느껴진답니다. 저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고, 의미 있는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하루 속에는 힘든 일도 있고, 즐거운 일도 있고, 괴롭고 속상한 일도 있지만 뿌듯하고 보람찬 일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마카님께 해드릴 수 있는 일은 없지만 조금이나마 저의 글이 마카님께 닿아 마카님의 내일이 오늘보다 작은 미소라도 한 번 더 지을 수 있는 하루가 되길 바랄게요. 정말 수고했어요. 지금까지 많이 아프고 힘들었죠. 때로는 불안하고 포기하고 싶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힘내주고 버텨주신 마카님이 너무나 대견하답니다. 그러니 이제는 우리 조급해하지 말고 신경 써주지 못했던 나에게 조금만 더 신경 쓰면서 천천히 나를 위한 시간을 늘려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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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Blue
· 2년 전
포기하는 게 아닌 새로운 삶의 시작하는거라고 생각하고 너무 힘드시면 내려놓는것도 .. 현실이 지옥이라 느껴진다면 지옥에서 나오던지 지옥을 지옥이 아니다 라고 진심으로 마인드 컨*** 해가며 살던지 둘 중 하나일듯 한데요.. 부디 어떤 방식으로든 지옥에서 벗어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