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매일 보는 게 익숙해지니. 그저 '몸이 무너져가는 중이구나'라는 감상만 남는다. 이마저도 익숙해지니, 별스럽지도 않고. 그런 나를 자각하는 순간마저도 별스럽지 않다.
어느순간부터 내 육체가 침몰 중인 침몰선이 되었음을 알고 있었기에. 매번 자각만 할 뿐이다.
그래도 그 덕에 몸을 아끼기 시작한 것은. 내가 앞으로를 늘려낼 의향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라서. 어리석은 내가, 나의 말을 알아듣는 계기가 되었다.
이만하면, 무너지는 몸을 가지게 된 것이 손해는 아니라 생각한다. 미혹에서 깨어날 수 있었으니까.
아마도의 이야기이지만, 내가 원하는 할 것이 있는 이상. 나는 나를 살게 할거다. 이 몸은 내 삶을 만드는 도구니까.
내가 할 것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
심장은 가지지 않는다. 그저 받아들이고, 내보내어, 흐름을 만들어낼 뿐. 가지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 삶의 심장이다. 언제나 삶을 받아들이고 내보낸다. 그렇게 나라는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 흐름에 몇가지 기관을 더 엮어내면, 삶이 풍성해지고. 그 기관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다루는 결이 달라질터다. 내가 그리 좋게 여기지 않는 돈 마저도 이 흐름 안에 포함되니. 내 주변을 위해선, 나의 마음도 돌려야 할터다.
언제나 다루는 자는 흐름의 심장임을 알기에. 필요하다면, 나는 심장이 될 생각이다.
***
손만 펼쳐도 세상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온기, 냉기, 바람, 햇살, 수많은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여긴 지난 날의 나는, 이런 흐름 하나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못할 건 없다. 그저 나 자신이 단정하고, 안한 것일 뿐. 자신을 잘 몰라서 스스로를 너무 자그마하게 여겼을 뿐이었다. 하고자 하면 할 수 있다. 순간을 어떻게 얼마나 쌓아나가냐의 차이일 뿐. 하고자는 마음이 드는 것은 할 수 있기에 깃드는 것임을, 지금의 나는 안다.
***
이런저런 기초공사를 하는 나를 보면, 하나를 알 수 있다. 이런 기초공사가 필요할만큼 나 자신이 나약함을 알 수 있다.
기대는 방법을 잃은 인간이 강할리 없다. 그리고 나는 그 방법을 잃은 인간이다.
그렇기에 나는 나밖에 모르고, 누군가를 위하는 것마저도 내가 그러고 싶기에 하는 인간이 되었다.
세상에서 나는 자기중심적인 인간이다. 내가 가진 이타적임은 모두 그 자기중심에서 나왔다. 나약하기에 자기중심적이고, 이타적임을 만들었다. 홀로 굳건히 서는 생김새도 그렇기에 만들었다.
나의 나약함이란 코어가 내가 겪은 순간들을 주워들어, 나를 완성했고. 지금의 모습은 나의 나약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 나는 이 나약함이 싫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