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유형이 회피형인 내가 최근에 회피성 기질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것들:
나를 포함해서 회피형인 사람들은 의외로 첫인상은 안정형인 사람처럼 차분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표면적인 모습을 포장하는건 황폐해진 속내를 들키고싶지 않기 때문이다.
회피형인 사람들은 마음 속에 깊은 골을 가지고 있지만 꽁꽁 숨기고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다.
사람간에 관계가 원만하지 않게 끝난 적이 많기 때문에 스스로도 그걸 알고있어서 독립적인 성향을 추구하지만 내심 외로움을 많이 탄다.
회피형인 사람끼리 만나면 처음엔 잘 통한다.
하지만 과거의 상처로 인해 사람에 대한 기대감이 옅어서 서로 사이가 깊어지기 힘들다. 분위기를 읽고 눈치를 많이 보는데 곧 실망과 상처로 이어진다.
회피형 특성상 원하는게 있어도 거절당하는게 두려워서 왠만하면 참고 잘 요구하지 않는다.
뭔가 마음에 안드는게 있어도 싸우는게 싫어서 갈등을 만들지 않으려고 묻어두고 회피만 하다가 끝난다.
가장 큰 문제는 회피형인 사람과 불안형인 사람이 만났을 때 생긴다.
불안형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잘 다가가기 때문에 첫인상이 약간 사회성 좋은 인싸처럼 보이기도 한다.
불안형인 사람은 언뜻 안정적으로 보이는 회피형인 사람에게 계속 기대면서 애정과 관심을 구걸한다.
외로움을 느껴온 회피형인 사람은 자기에게 다가오는 불안형인 사람을 처음엔 잘 받아주지만 이내 끊임없는 투정에 진절머리가 나서 선을 긋는다.
그러면 불안형인 사람은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회피형인 사람은 그럼 그렇지 하고 체념하면서 다시 고독한 자리로 돌***만 불안형인 사람은 당장 빈 자리를 채워줄 사람을 찾아 나선다.
인터넷에서 회피형인 사람이 의도치 않게 어장관리를 한다는 글을 봤다.
난 연애경험은 없지만 나를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은 꽤 있었다. 그들은 내가 확신을 주길 바라면서 마음을 열어라고 협박하고 괴롭히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전혀 연애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으니 불쾌하고 짜증만 났다. 그도 그럴게 그들은 외모도 성격도 다 엉망이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데 왜자꾸 이상한 사람들만 꼬일까?
그래서 연애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은지 오래다.
그리고 최근에도 지인이 나를 초대한 모임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나는 그저 좋은 사람으로 비춰지려 애썼을 뿐인데
그 지인의 말에 의하면 그 모임 안에 있던 지인의 애인과 그 친구가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한명은 애인이 있고 한명은 썸타는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나를?
그래서 지인이 난리가 났는데 나는 영문도 모른채 그 관계의 파탄을 받아들여야 했다.
내 지인은 불안형이고 지인의 애인과 나는 회피형이었다.
지인의 애인도 의도치 않게 어장관리를 했던걸까?
나는 잠수이별을 당해서 힘들어하는 지인을 한참동안 달래줬는데 지인은 계속 더 달래달라고 나에게 기대며 투정을 부렸다.
나역시 멘탈이 약하고 늘 부정적인 감정을 삭히고 있는데 자기 감정에 매몰된 지인은 내가 멀쩡해보인다고 했다.
지친 나는 대화를 중단하고 곰곰히 생각해봤다.
뭔가 나에게 잘못이 있는 것 같았지만
지인 역시 모임 내에서 자기 입지가 약해지자 나를 끌어들여 자기 입지를 다지는데 이용하려고 했다는걸 깨달았다.
만약 그 모임에 지인의 애인이 있다는걸 알았더라면 나는 애초에 그 모임에 들어가지도 않았을텐데
왜 나는 모든 일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해야하는건지..
뭘까 이건... 그냥 생각하기도 싫은 흑역사가 하나 더 생긴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