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머리가 무겁고, 안개가 낀 것 같은 순간들이 있다. 기억도 내가 꺼내지 못하게 된 것들이 있다.
그럼에도 나 자신에게 이런저런 요구들을 한다.
내 상태가 어떤 건 어떤 거고. 그렇다하더라도 나는 나를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내가 드러내고 있는 모습 중, 드러나지 않는 곳으로 가라고 이별을 고할 모습들이 있다.
내 의사를 벗어난 모습들. 존재하는 이유들만큼 드러나는 그 모습들과 이별을 고할 필요가 있다.
피로, 시간만 들이면 당장에도 해결 가능한 부분이다. 쉬면 되니까. 피로로 인한 모습부터 드러나지 않는 면으로 보내자.
나머지는 그것을 끝내놓고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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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해지려는 마음이 깃들지만, 조급함은 언제나 탈을 부른다. 그만큼 조급함이 부르는 흐름을 겪어보고도 조급함이 깃들려고 하는 걸 보면, 나도 참 나다 싶지만. 이럴 땐 차라리 일보 후퇴를 하는 게 났다는 것도 안다. 더 나아가기 위한 동력이 먼저인 상황이니까. 머리 속에 안개가 있다 해도, 그것을 본다. 이것 자체가 안개 속 등대임을 나는 잘 알고 있으니까. 등대의 불빛부터 본다. 머리 속 뇌의 안개를 걷어낼 등대의 불빛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