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으로 재수학원에 갔어요
첫날이라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데스크쌤이 바로 반말로 말하시더라구요. 솔직히 기분나빴지만 그럴 수 있으니 별로 신경쓰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마치고 셔틀버스를 타려 하는데 어느 버스가 집으로 가는버스인지 몰라 제일 앞에 있던 버스 기사님에게 ‘어디로 가는 버스에요?’ 라고 밝게 물었지만 기사는 그냥 절 쳐다보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요. ‘00아파트 가는 버스 맞아요?’ 라고 물어보니 엄청 엄청 엄청 신경질 내는 목소리로 ‘봐라 앞에’ 라고 짜증내셨어요. 저는 당황해서 바보같이 짜증내지말라는 말도 못하고 ‘아 앞에 있어요?’라고 밝게 말하고 내렸어요. 알고보니 차 앞유리에 작은 종이를 붙여놨더라구요. 그때 하루종일 자잘자잘하게 들었던 반말들과 공부하기 싫다는 마음 등등 오만게 다 뭉쳐서 터졌어요.
물론 재수생도 학생 맞죠.
근데 나 20살인데 학생 아닌데 재수한다는 이유로 많은사람들에게 반말 들어가며 공부해야한다는게 너무 서러웠어요.
셔틀버스를 내린 뒤 집으로 걸어오는데 그냥 눈물이 주륵주륵 흘렀어요. 그렇게 울면서 걸어가고있는데 맞은편 횡단보도에서 제 또래같은 남자애 5명이 웃으며 얘기하며 걸어왔어요. 그 애들이 제가 아는 애들이 아니었는데도 그 순간 가방 메고 있는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창피해지면서 숨고싶었어요.
학원에서 다른 재수생들과 함께 공부할땐 몰랐지만 이렇게 밖으로 나오니 재수가 정말 실감났어요. 그때 그걸 깨달았어요.
얼굴로 오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오는데 ‘아 이대로 바람에 쓸려나가고싶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며 걸어가는것 밖에 할수있는게 없었어요.
너무 눈물이 많이 나서 아파트 엘레베이터에서 일부러 여러층을 누르고 눈물을 닦았어요.
집으로 오니 엄마가 저를 기다리고있었어요.
다시 와르르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그냥 급식이 맛이 없었다, 셔틀버스 비용이 비싸더라 이런 얘기만 했어요.
그리고 엄마는 자러 방으로 들어갔고, 저도 방으로 자러 들어왔어요.
너무 서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