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신가요?
전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태어났어요
21년째 살고 있지만 행복이라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살았고 10대 후반에는 죽음만 보면서 살았는데 어쩌다보니까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태어난 만큼 그 자리가 또 사라지면 상실감을 크게 느낄 사람들을 매번 생각해요
내가 괴로운데 매번 남을 생각하는게 무슨 소용이냐, 정말 힘든 사람은 주변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죽는다 라고들 하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매번 원래 그 빈자리에 있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계속해서 세뇌하던 부모 때문에 지금은 죽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매번 죽고 싶은데 참고 있어요
당연히 저보다 어린 친구가 이 글을 읽어도 제가 한심하게 느껴질 거예요
그냥 부모를 위해 살았어요, 엄마는 매번 모든 걸 비관적으로 봤고 저를 감정 쓰레기통 취급 하면서도 저한테 집착했어요
아빠는 과묵하고 가족들에게 큰 잘못을 했던 만큼 저랑 잘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저는 아빠를 챙기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만큼은 좋은 추억을 심어준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저는 평화주의자라서 그런지 가족들이 다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작년 크리스마스에 가족들과 지내려고 모든 어려운 일을 다 내팽겨치고 본가에 갔더니 이혼 소식을 들었어요
아빠는 말하기 힘들어했고 엄마는 지긋지긋 하다는 듯 평소처럼 화내듯이 저한테 쏟아내기 시작했고...
저는 모든게 충격이었어요
방에 들어가서 몇시간을 울고 애써 안 힘든 척 하고...
그리고 서울로 다시 돌아와서 저한테 있는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데 엄마는 아빠를 떠났고 가족들은 모두 흩어져버렸어요
엄마는 아빠한테 설에 가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하지만 사실 안 갈 예정이고 아빠는 외로움에 평소에는 아무 연락도 없다가 저한테 매일같이 문자를 보내요
이런 게 왠지 슬프고 견디기가 힘들어서 매일같이 눈물만 흘리면서 지내고 있어요
3월에 학교에서 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알바도 못하고 있고 딱히 할 일도 없고... 그냥 매일같이 울면서 지내고 있는데 제가 사는 이유도 목표도 잘 모르겠어요
가족들을 위해서 부모가 죽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살아보자 싶었는데 결국 저렇게 이혼해버린 부모를 생각할 이유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