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목표했던 바’를 이뤄낸 경험이 별로 없다. 항상 그것보다 조금 낮은 곳을 가게 되었지. 아니면 아예 포기하거나. 왜냐. 스트레스 상황을 피해 도망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낼 수 있는 산출물이야 뻔하니까. 그런데 나는 괜찮았던 것 같다.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눈물을 펑펑 흘리지도 않고, 괴로워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욕심이 없고 회복탄력성이 높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보자니, 그건 내 착각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저 좌절에 괴로워하는 내 모습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을 뿐이고, 좌절된 마음을 나도 모르는 사이 꼭꼭 씹어넣어 삼켜버린 것이다. 그리고 목표 자체도 사실 내가 간절히 바라던 건 아니었던 게 많다. 달성하면 좋고 아니어도 딱히 상관없는 것들.
그래 나는 도망침에 익숙하고, 바라는 바는 마음 속 깊이 감춰둬서 나도 이제는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가끔씩 바램들, 감정들이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툭툭 튀어나오지만…. 다시 애써 주워담아 다시 삼켜버린다. 결국 이뤄지지 못할 바램일까봐, 비웃음당할 감정들일까봐.
이제와서 그 바램들을, 감정들을 다시 토해내라 한다면…. 그걸 어떻게 감당하죠. 너무 쓰디 쓰고 많은데. 이뤄줄 것 아니면 흔들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