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불륜녀에요. 가정이 있는 상태에서 또 가정이 있는 남자와 만났어요. ***인거 아는데 남편과 그 남자를 동시에 많이 사랑했어요. 그런데 이제 그만 쓰레기이고 싶어서 그 남자에게 이별을 고했어요.
그 사람은 스스로는 모르지만 자기자신을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자기연민도 있고 스스로 자신감도 가득하고.. 나에게 느끼는 감정이 자신이 여지껏 느껴본 모든 감정 중 가장 사랑에 가깝다고 하고, 나를 많이 신경쓰고 생각한다고 하는데 그 사람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리에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더라구요. 아마도 스스로를 제외하면 가장 사랑하는 존재일 아이에게도 계속해서 자신의 그림자를 찾아 그 모습에서 큰 기쁨을 느끼는 걸 보고 그 생각에 더 확신을 가졌어요.
연말에 헤어지자고 고했어요. 심지어 전화로요. 사실 만나서 편지로 주고 싶었는데 만날 수 있는 날이 1월 초였거든요. 제가 어떤 얘기를 할 지 감이 왔나봐요. 신년에 안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대요. 그래서 전화로 그냥 이야기해달래서 그렇게 끝냈어요.
그 사람이 줬던 디퓨저가 있어요. 꽃향기가 난다고 적혀있었는데, 내가 꽃을 좋아하니까 본인이 거기에 맞춰서 고른거라고 했어요. 한 번도 사용하지 않다가 이번에 이별을 고하고 마음을 정리하면서 꺼내봤어요. 그런데.. 아 쓰면서도 헛웃음이나네요. ㅎㅎ 어디서 사은품으로 받아온거더라구요. 디퓨저에 떡하니 기관 명이 붙어있는데 포장된 상자가 번듯해보이니까 설마 그런게 붙어있을까 싶었나봐요 ㅋㅋ 그러니까 그런 거짓말하면서 줬겠죠 ㅋㅋㅋ 그거 보자마자 웃음이 터지고 그리고 펑펑 울었어요. 이걸 읽고 계시는 분은 제가 한심하시고 웃기겠지만 저는 정말 사랑했거든요. 사회적 이미지가 중요한 제가 상간녀 타이틀을 감수하고도 그 사람을 만났어요. 근데 돌아온 마음이 이런 거라서 너무 슬프고 서운하고 비참한데 그 사람과의 좋았던 기억들이 자꾸 떠올라서 마음껏 미워하고 잊지도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이런 이야기를 어디다가 하겠어요? 제가 파놓은 함정인거죠. 제 업보죠. 알고 있어요. 근데 진짜 고민이 있어요. 그 사람 분명 2월 좀 넘어서 저한테 연락할거에요. 진짜 헤어졌다고 생각 안 할거에요. 제가 종종 불륜에 대한 죄책감이 밀려올 때 헤어지자고 이야기하고 또 잊지도 못해서 이내 그 사람이 당기면 다시 만나고 그랬거든요. 지금 심리 상태면 그 사람에게 다시 돌아가게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생각만하면 눈물이 나고 그 사람 프사도 몰래 훔쳐보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하면 그 사람과 분리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