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학교에서 반 대항 넷볼 경기가 있었다.
어제 경기에 출전할 선수를 정하기 위해 회의를 했는데, 넷볼은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여서 WA (wing attack) 포지션으로 출전하기로 했다. 경기 당일, 설레는 마음으로 강당에 올라가 앞팀 경기를 구경하고 있었다. 곧 나도 경기를 한다는 생각에 기대돼 경기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앞팀 전반전이 끝나고 떨리는 마음으로 조끼를 받아 입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와 싸운 친구가 와서 자신이 센터 포지션인 친구와 합이 잘 맞는다며 갑자기 나 대신 경기를 뛰겠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까지 와서 바꾸라며 한 마디씩 하고 갔다. 난 어제 정해진 선수였고, 무엇보다 넷볼을 너무 좋아하고 나름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한순간에 분위기는 싸해졌다. "그럼 나 경기 안 뛰어?" 라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어보았지만, 끝내 난 팀에서 추방되었다. 날 응원하며 박수를 치고 있던 친구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오는 나를 보며 놀라 경기를 왜 안뛰냐고 물어봤다. 착잡한 마음으로 "추방당했어." 라고 말했다. 친구들은 날 격려해줬다. 심하게 억울하거나 속상하진 않았는데, 어째서인지 계속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내가 체육을 못해서일까 그냥 나란 사람이 싫어서일까. 죄책감 때문에 경기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눈물만 삼키고 있었다.
경기가 한참 진행되고 있는데, 체육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불며 포지션 교체 시간을 주셨다. WD(wing defense) 포지션인 친구를 교체하겠다고 했다. 한 곳으로 친구들이 쏠려 너도나도 WD포지션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씁쓸한 마음에 혼자 동떨어져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의욕도 사라져 나서고싶은 마음도 없어졌다. 보나마나 밀려날게 뻔했으니. 그런데 갑자기 친구들 사이에서 내 이름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 먼저 시켜줘야 되는 거 아니야?" 그 말을 한 친구는 다름아닌 내 포지션을 대신한, 나와 싸운 친구였다. 친구들은 곧장 까먹어서 미안하다며 내 쪽으로 달려와 조끼를 입혀줬다. 마음은 금방 풀리고 잔뜩 들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친구들은 나만 믿는다며 모두 응원해줬다. 기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비록 경기엔 졌지만, 값진 경험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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