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자꾸 아파트 창문을 열어서 고개를 내밀어요. 내가 이렇게 뛰어내려서 사라지면 내 주변 사람들 모두가 이제 내 좋은 것만 기억해주지 않을까, 내가 죽으면 다 용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찬바람을 쐬고 있으면 진짜로 뛰어내릴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겨요.
억울해요 전부. 난 소박한 행복에 감사하면서 많은 것들을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살았는데. 엄마도 아빠도 남편도..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나를 질타하고 비난합니다.
사회적으로는 인정 받는 커리어우먼이에요. 당당하고 리더쉽이 있어서 많은 후배들이 저를 믿고 의지해요. 그리고 사람들은 덧붙이죠. 너 같은 아내 둔 남편 참 복이 많다. 너 같은 딸이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사회에서의 저와 가까운 사람들 눈에 비친 저는 하늘과 땅 차이에요. 저희 엄마 아빠는 언제나 제가 장녀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생각하세요. 그리고 지금은 연을 끊은 상황입니다.
신혼 반년차 남편은 하나부터 열까지 저를 다 맘에 들어하지 않아요. 월급은 제가 남편보다 두배 이상 벌고 있고 가사일도 제가 거의 다 하고 반려견 케어도 다 제가 하고, 전 저를 위해 돈을 펑펑 쓰거나 남편한테 의존하며 징징거리는 여자도 아니에요.. 하지만 저한테 끝없는 불만을 쏟아내요.
가령,
왜 너는 먼저 놀러가자고 한 적 없냐.
평소에 바닥 청소를 하고는 있냐.
너랑 하는 관계는 단 한번도 좋았던 적이 없다.
곱씹어 생각해보니, 저는 그렇게 늘 부족한 사람이었나봐요.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이 원하는 사람이 될 순 없는 거더라고요. 근데 정작 저는 한번도 무언가를 바란 적 없어요.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이상형이 아니라고 깍아내린 적 없어요. 근데 왜 저는 최소한의 존중을 받지 못하는 걸까요.
다시 태어난다면 제가 우선인 삶을 살게요.
제가 먼저 제 자신을 아껴주지 않아서 그런가봐요.
이제는 숨을 쉬기도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