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 불안형 사람들과 사귀는 게 너무 힘들어요.
저는 비교적 안정형인 사람입니다. 집에서도 나름 사랑을 받았고, 낮았던 자존감도 열심히 노력해서 올렸구요. 반장, 팀장, 학회장 직을 하면서 남들에게도 좋은 대표, 기댈 수 있는 선배의 역할을 많이 해와서, 저는 저보다 힘들고 저에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포용하곤 했어요. 제가 남들보다 그릇이 큰 사람이라서 사랑을 많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졸업 후 창업과 연애 동거를 하면서 너무 힘들어졌어요. A는 애인이고, B,C는 동료창업가입다.
A는 저와 동거를 한 지 , 3년이 되어가는데요. 무기력증과 자기비하가 심합니다. 늦잠을 잔다던지, 계획이 틀어지면 하루종일 자기가 한심하다고 힘들어하구요, 저랑 언쟁을 해도 결국 자기가 다 잘못했고, 자기가 문제라고 땅굴을 파며 대화가 끝납니다. 저는 기분이 상하면 바로 대화를 해서 풀고 싶은데, 항상 A는 그냥 바로 자러들어가서 진짜 자버립니다. 대화를 시도하면 저만 화가나서 씩씩대고 답답해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려요. 하지만, 무기력증이 도지지 않는 날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저의 밥도 만들어주는 정말 사랑스러운 친구입니다. 그래서, 이런 갈등 상황이 반복되면 너무 답답하고.. 눈치를 보고, 기분을 살피고.. 둘 다 대화없이 정적인 상황에 미칠거같이 답답하다가. 제가 단순해서 기분풀고 사과하면 잘 끝납니다. 이게 벌써 몇 년째 반복되니 너무 힘듭니다.
B,C 제 창업 동료들은 불안회피가 심해서, 항상 문제가 생기면 제가 먼저 다가갑니다. 왜 기분이 안좋은지, 뭐가 문제인지 물어보고 풀려고 노력하다보면, 오히려 제가 문제인 사람 같아요.
집이든 일터든 저는 항상 다른 사람들 눈치를 봐야하고, 감정이 상하면 저 혼자 답답해하고, 저 혼자 상대를 다그치고 화를 내는 사람이 됩니다. 이쯤 되면 그냥 제가 이상한거고 제가 미친사람인가? 싶어요…
전에는 제가 큰 사람이라 생각해서 다른 사람을 품어주고 싶었는데요 (특히, 연애에서 상대방의 결점도 평생 사랑해주는 것이 제 신념입니다.. 때문에 지금 애인과 헤어지면 이 사람한테 너무 큰 상처일까봐 걱정이 되구요)
그런데 , 오늘 갈등에서는 제가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숨도 가쁘게 쉬어지고, 스스로를 때리면서 화를 풀고싶어지고.. 이젠 내가 미쳤나?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답답하고 화가 났어요
지금 애인을 너무너무 사랑하는데, 나도 좀 안정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다, 누군가한테 기대고 싶다. 누가 날 좀 챙겨줬으면 좋겠다는 맘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