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엔 뭐가 있을까요?
어지러운 마음으로 써서, 글이 길고 두서가 없습니다. 미리 양해부탁드립니다.
제 사회성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상황이 반복되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저는 취업한 지 2달정도 된 사회초년생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며 대학생 때와는 달리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 때마다 부자연스럽게 행동하다 결국 관계 형성에 실패하고..
퇴근하며 우울해하는 날들이 반복되니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일단 제가 해본/하고있는 노력은 이 정도입니다.
- 대화 해봤던 사람들의 성함과 얼굴을 전부 외우기 위해 대화내용과 성함 필기 후 퇴근하며 복습. 이건 제가 기억력도 안좋고 안면인식장애도 좀 있는 것 같아서, 빠른 적응을 위해 썼던 방법입니다. 입사 후 2주정도 반복한 결과 지금은 성함과 얼굴은 외우는 데 성공했네요. 아직은 조금 헷갈릴 때도 있지만 ㅠㅠ
- 항상 주머니 속에 간단한 초콜렛 같은 걸 들고 다니다가, 타이밍이 적당하다 싶을 때 간단하게 말을 걸며 하나씩 드림 (근데 타이밍 재다가 기회 놓치는 경우 많음 ㅠㅠㅠㅠㅠ)
- 스몰토크 가능할 것 같은 대화거리들을, 출근 전에 미리 준비해보고 대화 시뮬레이션 해보기
- 각종 대화법 관련 서적, 인터넷 글들 닥치는 대로 읽기
- 다른 사람들의 사례 검색해서 있는대로 다 읽어보기
- 가끔 다른 분들과 대화했던 내용이 생각나면, 그때 어떻게 반응했다면 더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고 복기하기
- 예능 프로그램을 일부러 보면서, 대화 진행을 어떻게 이끌어나가나 관찰하고 배우기. 평소에 예능 프로그램을 안 보는 편입니다
- 이건 노력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데요.. 가끔, 그냥 가만히 있으면,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주제로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까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이 돌아갑니다. (이건 이대로 둬도 괜찮은건지 잘 모르겠네요. 혹시 이런게 심각해지면 환청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써놓고 보니 강박증 있는 사람같네요. 왜 이렇게까지 하냐면요, 저는 취업하기 직전까지 진짜 사람들이랑 말도 제대로 못하고, 카페같은 곳도 혼자 가서 주문도 못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중학생때까지 못생긴 외모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정말 제 외모가 보기에 안좋은 게 100퍼센트 원인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탓에 정상적인 사회성 발달에 어려움을 겪은 건 맞는 것 같아요. adhd도 좀 있었고.. 부모님께서도 어렸을 때부터 자주 싸우시고, 지금까지도 부모님이 술 드시면 온 집안이 뒤집히고.. 아무튼 그런 상황들이 반복되니까 제가 '정상적인 사회인'의 이미지와는 많이 멀어진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상황이 그나마 괜찮았긴 한데.. 그 전까지 계속 혼자 지내고, 따돌림당하고 사람들한테서 호의를 받아본 적 없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살진 못했죠.
다행히도 그나마 대학에 오기 전 성형도 조금 하고(그렇다고 예뻐지진 않았어요. 외모 자존감이 아직도 굉장히 낮은 편입니다..), 좋아하는 분야의 학과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좋아하는 일에 굉장히 몰두하는 제 너드같은 성향 덕분에.. 능력에 있어서 조금씩 인정받는 상황들도 생기게 되고, 수석도 몇번 해보고 하며 자신감이 좀 붙긴 했는데요. 여전히 쉽지가 않습니다. 대학 입학하기 전까지 거의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그렇게 살아왔는데, 어떻게 4년만에 그걸 다 극복하겠어요..
그나마 다행인건 대학 다니며 제가 또 정신과를 다녔습니다. 열심히 약 먹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도 많이 했고 해서, 우울증이 심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 지금은 adhd 관련 약만 먹고, 의사분께서 이젠 안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 하셔서 우울증 관련 약은 안 먹고 있습니다. (다만, 약을 그만 먹게된건 취업 전입니다. 지금은 특수한 상황속에 있기도 하고, 우울증은 아닌것같아 다시 약을 복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상황이 계속 안좋아지고 스스로 우울증인것같다고 느끼게 되면 다시 병원을 찾을 예정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위와 같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는, 저렇게 노력을 해도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공부와 실전은 별개이듯이, 사회성을 필요로 하는 상황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분명 미리 연습하고, 시뮬레이션도 돌리고 해봤는데도
사람들과 대면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그대로 얼어붙습니다.
대화가 매끄럽지 않은 게 너무 잘 느껴지고요..
특히 제가 소속된 부서의 팀원분들은, 저와 나이 차이가 좀 있는 남성분들입니다. 저는 20대 초 여자구요..
그렇다고 해도 회사는 학교가 아니니까, 상황에 맞춰서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는데.. 제가 굉장히 버벅거리고, 말수도 없어지고 심각할 정도로 조용해지고, 재미없는 사람이 됩니다. 항상.
근데도 저와 매우 비슷한 상황에 있는 제 친구는 벌써 팀원분들과 친해지고, 일 끝나고 같이 맛집도 다니고 취미 공유도 많이 하고 다니는 모양이더라구요. 그 친구와 제가 비교되어서 더 힘들기도 한거같아요.
나는 충분히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입사한지 두달이 다되어가는데, 이런 주말 새벽에도 사회성 관련으로 고민하고 우울해하고 있으면 이미 정상적인 노력과 적당한 고민의 범주에서는 벗어난게 아닐까요..
>>실전 대화에서의 문제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 할 말이 바로바로 생각이 안 납니다.!!!!! 그래서 어버버대다가, 대화 끝나고 한 3분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하는 문장이 생각이 나요.. 이것때문에 진짜 미칠 것 같습니다....
- 말귀가 이상할 정도로 어두워요. 네?하고 되묻는 횟수가 너무 많습니다. 어렸을 때도 꽤 말귀가 어두운 편이여서, 귀가 안좋은가 하고 이비인후과까지 가봤는데 문제가 없다네요. 이건 뇌에 이상이 있는 걸까요?? 특히나 요즘에는 마스크 때문에(입모양이 안 보여서) 더 그런것도 같습니다. 카페같이 주변 소리가 잘 들리는 곳에 가면 되묻는 횟수가 급격히 늘어납니다.
-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로 말할 때가 꽤 있어요. 진짜 어색합니다....
- 공유 가능한 취미생활이 없습니다. 이건 추가로 노력해야 할 것 같은 부분인데요.. 제 취미가 좀 대중적인 취미가 아니고, 죄다 제 분야 관련된, 흔히 말하는 '너드같은' 취미라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가 좀 그렇습니다. 그래서 좀 다른 사람들의 취미를 따라해보려 노력중인데, 쉽지가 않네요. 일단 밖에 나가는 걸 싫어해서 ㅠㅠ
여태까지 계속 어색하게 있었고 팀원분들과도 친해지지 못해서 이미 첫인상은 망한 것 같습니다..
다행인 건 같은 팀에 계신 사수님께서 너무 좋은 분이셔서, 제가 일을 이상하게 해둬도 ㅋㅋ 칭찬해주시고, 자주 말 걸어주시고 챙겨주시고, 일도 잘 알려주시고.. 항상 너무 감사한데, 여기서 또 미쳐버리겠는게 제가 감사하다는 마음을 또 표현을 못 합니다.!!!정말!!!!제 스스로가 너무 답답해요!!!!
물론 감사합니다 라는 말 정도는 하긴하는데.. 가끔 은근히 챙겨주시는게 느껴질 때 '이러이러해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씀드리는건 또 어색하지 않나요? 아닌가? 아무튼 그런상황에서 감사하다고 표현을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요.......
아 참, 점심은 다른 분과 먹습니다. 어쩌다보니 상황이 그렇게 되었네요..
제가 끼면 어색하실 것 같기도 하고, 타 부서에 계신 다른 여성분이 먼저 같이 먹자고 해주셔서 그분과 먹고 있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네요.
혹시 두 달이라는 기간이, 처음 뵙는 분들과 가까워지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던 걸까요? 보통 사람과 친해지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제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본 적이 많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보통 그래도 두 달 정도면 서로 간단한 스몰토크는 지나가다 한번씩 하지 않나요?
사람 하나 살린다 생각하시고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 진짜 성격 고치고 싶어요.
출근 전에 걱정 가득한 채로 회사 문열고 들어가는거, 퇴근 할때마다 울것같은 표정으로 지하철 타는 거, 자기 전 침대에 누워서 '오늘 한 말실수가 뭐가 있었는지' 강박적으로 계속 생각하는 거.. 이젠 전부 그만하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