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에 내 인생을 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저는 제 인생 사는 법을 모릅니다.
얼마 전부터 병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보나마나 뻔한 우울증 때문입니다.
우울은 17살 무렵부터 10년을 저와 함께 해왔습니다.
잊고 살았지만 이제 기억 나는 것이 그때 제가 딱 10년만 더 살아보고 결정하자, 라고 생각했더군요.
그리고 그 10년이 지난 게 지금이었던 겁니다. 무의식이 기억하고 있었던 걸까요.
지금의 저는 부모님께서 제게 바라시던 모든 것을 이루었습니다.
그래서 더는 살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모님께 느끼던 부채감을 모두 청산했고, 저는 이제 자유롭게 떠나고 싶습니다.
더 이상 하고 싶은 것도 할 의욕도 없으며 살아있는 것이 자원의 낭비로 느껴집니다. 제게 그만한 가치가 없습니다.
치료 받은지 4개월 차. 아직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날이 제 스스로 삶을 끊고 싶은 마음이 커져 갑니다.
선생님께서는 힘내보자고 하십니다.
저는 힘낼 생각조차 없습니다.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