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보기 위해 홀로 대구에서 서울까지 3시간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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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면접을 보기 위해 홀로 대구에서 서울까지 3시간 30분 동안 기차를 타고 갔다 처음 서울역에서 나오자마자 느낀 건 놀라움과 엄청난 추위였다 나름 대도시인 대구보다도 훨씬 더 많은 자동차들과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서울에 와서 처음으로 먹은 음식은 맥도날드 빅맥 세트였다 특별한 맛집에 가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그게 최선이었다 긴장된 상태로 면접을 보고 나오니 허탈감과 동시에 두려움이 찾아왔다 내가 잘 한 걸까, 잘 하고 있는 걸까, 잘 할 수 있을까 그들의 눈에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였을까, 나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도 기껏 서울까지 왔으니 어디든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서대문형무소와 경복궁에 갔다 말로만 실컷 들었지 태어나서 처음 가 봤다 예쁜 한복을 입고 몰려다니는 사람들 속에서 나만 여전히 수험표를 단 채 혼자였다 경복궁 구경을 끝내고 나오니 *** 지지 세력들의 시위 행진이 한창이었다 저녁밥을 먹을 때가 된 것 같아 이동하던 중 한 남자와 부딪혀 나만 넘어졌다 나는 이미 며칠 전에 세게 넘어져 무릎이 다친 상태였는데 하필 그 부위가 또 까졌다 거즈와 함께 피딱지가 뜯겨나가고 다시 상처가 드러나 피가 흘러나왔다 너무 아파서 일어날 수조차 없었지만 그 남자는 죄송하단 말만 남긴 채 자리를 떴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를 보며 걱정하듯 '어떡해 넘어졌나 봐'라고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누구도 나를 일으켜 주지 않았고 수군거리며 지나치기만 했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약국을 찾***녔지만 주말이라서 문을 연 곳이 없었다 결국 생수로 상처 부위를 씻고 편의점에서 비싼 돈 주고 산 밴드를 붙였다 문득 서러움이 몰려왔다 홀로 올라온 서울은 너무 춥고 외롭고 무섭고 아프고 슬펐다 입맛이 사라져 가려던 식당을 포기하고 서울역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탔다 절뚝거리며 버스에 탔지만 교통약자석을 당당히 차지한 사람들은 비켜주지 않았다 버텨보려고 했지만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났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자리를 내줬다 그렇게 찾을 땐 없던 약국이 서울역에 들어서니 바로 눈 앞에 보였다 에스컬레이터는 점검 중이었고 이용할 수 있는 건 가파른 계단뿐이었다 되는 일이 없었다 밥이고 뭐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기차역 식당의 음식들은 비싸기도 어찌나 비싸던지 사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모든 것들이 나를 밀어내는 것 같은 기분에 울면서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는 밥부터 먹으라고 했다 얼마든 간에 망설이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용기내어 주문한 건 만 원짜리 오므라이스 정식이었다 서울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끝내고 조금 기다리다 대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귀가하자마자 엄마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새벽에 일어나 고른 단정한 원피스도, 애써 감춘 상처도 모두 엉망이었다 세상이 이리도 차갑고 서러운 곳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절실히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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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oo123
· 7년 전
글만 봐도 힘들었겠네요...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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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rin0330
· 7년 전
아이고야..ㅠ너무 고생했어요 얼마나 서러웠을까요..ㅠㅠㅠ 오늘 너무 고생했어요 제가 안아줄게요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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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ongi (리스너)
· 7년 전
넘어졌을 때 도와드리고 싶어도 다들 용기가 부족해서 다가가지 못한 거일거에요. 많이 힘든 하루였겠네요 정말 고생 많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