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전화
-난 짝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
난 솔직히 연애에 대해서 눈치가 빠른 편이거든.
그 사람이 날 안 좋아해도 은근슬쩍 모르게
좋아하게 만드는 그런 게 있어.
사실 그래서 전에 만났던 사람들도 다...
다들 자기가 꼬셨다 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거든.
내가 먼저 호감이 있었던 거거든.
-우리가 솔직히 나 좋다는 사람이 없어서
연애를 못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안 하고 있는 거잖아.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고 나를 좋아해줄 사람들도
미래에 훨씬 많을 텐데. 사실 우린 어리고,
내 나이대에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텐데
내가 그 오빠한테 호감을 가졌다고 해서
굳이...싶은 것이지. 효율적이지 못하다.
연애도 효율적으로 해야 돼.
-사실 잘 모르겠어. 잘 사는 게 뭔데?
행복하면 돼? 행복하면 잘 사는 거야?
근데 그건 또 아니라며. 행복이 돈이라며.
근데 돈이 행복이 아닌 사람들은.
행복할 수 없는 사람들인 건가?
남들한테 잘 보이는게 잘 사는 거면
내 행복은 언제 찾고.
-난 알바하잖아. 내가 알바하면서 받는 시급이
만 천원이거든? 난 이 알바를 꾸준히 해왔잖아.
메뉴얼도 다 알고, 사람 경험도 다 알고,
듣는 말도 비슷비슷해. 근데 만약 이 세상에서
시간을 팔 수 있어. 알바하면서 시급 만 천원 받지.
근데 갑자기 누가 나타나서 "네 시간 나한테
세 시간만 팔아. 내가 너한테 시급 삼만원씩 줄게."
이러면 팔 거잖아. 내가 알바에서 일을 다 배웠어.
일이 어떻게 보면 반복 작업이잖아.
듣는 말도 비슷할 거고, 경험도 이제 해볼 수 있는건
다 해봤어. 내가 지금 그런 상황이니까.
근데 그 상황에서 "내가 네 시간 살게.
한 시간당 삼만원." 이러면 팔 거잖아.
그래서 생각이 든 게 진짜 시간을 사고 팔 수 있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진짜 빨리 죽을 거고
부자들은 평생 부자가 되겠구나.
시간을 파는 사람은 자기 수명이 깎이는걸 알면서도
시간을 팔겠구나... 그래서 우리 위에 있는 누군가가
시간까지는 건드리지 않은 게 아닌가?
아직까지는? 여기까지는 그래도 손 못 대게 한 게
아닌가. 이렇게 되면 너무 아비규환이잖아.
-아까 네가 네 노력들이 다 실패로 돌아갔다고
했잖아. 근데 이게 언젠가는 도움이 될 거라는 막연함?
그 노력이 지금은 배신이라고 느낄지 몰라도
언젠간 그 노력이 내 미래를 위한 준비였잖아.
그 노력 자체가 내 미래를 위한 준비였고,
그 경험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
언젠가는, 미래에는 다시 돌아올 거라고.
옛날에 내린 결정에 대해서 후회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옛날에 했던 노력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말라고.
그러니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지 마.
-난 그게 좋아. 내 주변에 있어도...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상관없어.
아무리 내 주변 가까이 있어도,
내 맘에 안 드는 사람들은 상관없는데
내 사람들은 일단 행복해야 돼.
그리고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
그러니까 넌 행복해야 돼.
저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요.
힘들 때 내가 그렇게 이끌어줄게.
미안한데 넌 이제 내 선 밖으로 나갈 수 없어.
내가 악마여서. 타로에서 악마 나와서.
악마여서 이제 벗어날 수가 없거든요.
님은 강제로 갓생을 살아야 하고요.
저와 함께 갓생 살아야 합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 거고요.
그래서 결과적으론 널 건강하게 만들어서
스스로의 삶을 살고, 완전 의욕있고, 취미도 있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제 목적이자
취지고요.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꾸준히
모니터링하겠습니다. 널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사람을 만나본 적 없다고? 그럼 이제 나타났네.
행복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줌. 내가.
남자들은 그렇게 말해봤자 다 용두사미거든?
그 사랑하는 기간이 끝나면 그것도 끝나는 거잖아.
난 아님. 화이팅. 벗어날 수 없습니다, 당신은.
선포하죠, 제가. 근데 뭐 벗어나려면 벗어날 수 있지.
연락 끊으면 되지. 근데 안 끊고 싶을걸?
나랑 연락하고 그러는게 더 행복할걸?
잠시만, 이거 가스라이팅인가?
근데 나랑 연락하는게 더...진짜 좋게 해줄게.
일단 우리만 행복하면 된 거임.
주변 사람들 어찌됐건 알 바 아니고.
내가 그 때 우주선 좀비 얘기할 때도 그랬잖아.
세상 사람들 얼마나 불행하든 상관 없다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행복하면 되는 세상.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행복하면...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