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을 못해서 감정이 억눌려 있어요
저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대화란 일상적인 대화는 일단 차치하고, 갈등이나 논쟁이 일어날 만한 위험이 있는 대화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제가 왜 이렇게 됐는지 그 원인에 대한 부분은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저는 엄마랑 대화를 많이 하는데, 제 생각엔 일방적인 하소연을 듣는다, 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엄마는 제가 엄마랑 다른 의견을 제시했을 때 제 말이나 의견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무시를 잘 하시고요. 말대꾸 한다는 이유를 들어 묵살하기도 하시고, 적극적으로 당신께서 맞는다는 것만을 주장하십니다. 그리고 이상한 사람 보듯 쳐다봅니다. 그게 정말 뭣같아요.
그래서 저는 솔직한 심정으론 엄마와 대화를 하기 싫고요. 그렇게 끌려다니다시피 말을 들어도 건강한 대화를 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제 밑으로 동생이 있는데, 제가 이 나이 되도록 단 한 번도 동생 앞에서 언니라는 걸 앞세워주신 적이 없습니다. 뭐, 언니랍시고 나이만 들어서 대접 받으려 하는 말이 아니고요, 정말 기본적인 것들에서조차 차별을 당한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동생만을 감싸고 도십니다.
언니니까, 언니라서, 이 정도도 이해 못 해줘? 이 정도 일이 문제 삼을 일이야? 조용히 해, 입 다물어, 말 하지 마...***도 서슴없이 하십니다.
안 보고 살면 그만이라지만, 독립해서 나와 산다고 해도 통화 한 번에, 본가 방문 한 번에 그동안 쌓아왔던 독립심이나 자립심이 한 번에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고 들어서, 아예 절연을 하지 않는 이상 독립과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고요.
저는 말을 차분하게 하는 편입니다. 상대의 감정은 빠르게 올라오는 것에 비해 말이 느려서 많이 짤리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해요. 그렇다고 자식들을 여럿 뒀으면서 누구는 무시하고, 우습게 알면서, 누구는 한없이 바라고,배려하고,해주고...
정말, 너무 할 말이 많은데 다 적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개는 키우지 않습니다만, 개 훈련사로 유명하신 강형욱 님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동안 많이 울었어요.
개가 문제 있는 건 보통 주인 문제인 경우를 많이 봤는데, 개 양육하는 거랑 사람 양육하는 거랑 똑같더라고요. 그러면서 개도 저렇게 독립심 있고, 옳고 그름을 똑바로 따져가며, 일관성 있게, 다견 가정이면 평등하게 키우는데... 뭔가 훌륭한 개로 성장시키려는 그런 훈련 모습들이 감동적이더라고요. 개도 저렇게 키우는데 사람씩이나 되어서 이게 뭔가 싶기도 했고요.
사람이 무슨 말을 하면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상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제대로 파악도 못 하면서 자기 멋대로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게 너무 제 안에 인이 박힌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너무 무섭고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제 이야기를 해도 되는데, 그 사람 감정이 상할까 봐 하고 싶은 말을 못 해요. 물론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전부 하고 사는 사람은 없고, 가끔은 원하는 만큼 말을 못 할 수 있는 상황도 생긴다는 거 저도 압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들이 아닌데도, 충분히 제 의견을 피력해도 괜찮은 상황에서도 망설여지고, 생각은 있는데 말은 안 하고 싶고, 가슴 두근거리고 두통이 납니다.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아쉬워하거나 후회해요.
정말...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