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으면 못 견 - 마인드카페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사연글
자유
JellyPi
2달 전
죽지 않으면 못 견딜 정도도 아니지만 죽고 싶습니다. 어릴 때는 혼자 죽어버린 아빠의 무책임함이 원망스러웠지만 지금은 날 같이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원망스럽네요. 가족에게 상처받고 상처주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결국 이런 어른으로 자란 걸 알면 엄마와 언니는 얼마나 큰 상처를 받을까요. 차라리 사고로 그저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으면 합니다. 마음 놓고 안타까워할 수 있도록. 이제는 자해를 하고 싶을 때마저 혹시라도 이 상처를 발견할지도 모를 그 때의 가족의 마음부터 신경써야 하는 게 싫습니다. 왜 나는 죽는 것도 날 망치는 것도 내 의지로 할 수 없나요. 죽고싶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면서도 살려고 하는 꼴마저 우스워요. 죽기를 바라면서도 횡단보도를 건널 때 양 옆을 살피는 그게 얼마나. 죽어선 안된다는 말이야 쉽습니다만 그 말이 너무 무겁기도 합니다. 나는 정말로 죽어서는 안되거든요. 아빠의 죽음으로 너무 많이 아파했던 엄마는 나마저 죽으면 정말로 많은 것을 잃게 되겠죠. 언니는 또 어떻게 살아갈까요. 내가 없으면 모든 게 망가질거라는 오만과 내가 살아있어서 모든게 망가진거라는 죄책감 그 사이에서 하루하루가 버겁습니다. 나는 어떤 것도 느끼고 싶지 않아요. 좋은 기억은 순식간에 휘발되고 찌꺼기들만 남아 찌든 기름처럼. 나는 항상 내 죽음을 상상합니다. 집 앞 커다란 상수리 나무의 굵은 가지에 목을 매달아 바람에 나부끼는 이파리들처럼 흔들리는 제 모습과 농약을 먹고 작은 방에서 사경을 헤매는 제 모습과 운전을 하다 사고를 당하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는 제 모습 그리고 그걸 발견한 내 가족까지. 종종 가족이나 불특정다수를 죽이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요. 생각이 많은 것이 조금 불편합니다.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일어났던 일-진짜 기억-처럼 드라마를 보듯 떠오릅니다. 그리고 나는 그 생각에 맞춰 기분이 바뀌기도 하고요. 상대가 나한테 그런 말을 실제로 한 적은 없지만 내 생각 속에서 상대가 말한 그것이 마치 사실인 양. 차라리 미쳐버렸으면 속이나 시원할까요. 애매한 아픔과 애매한 고민들. 병원에 가고 싶다가도 괜찮아집니다. 만약 내가 이 ***같은 삶을 치료하고 용기가 생겨 어느날 덜컥 가벼이 죽어버리면 어떡하죠. 아니면 치료되고 보니 내 지나온 삶이 한탄스러워 더 슬퍼지면요. 아니면 치료 과정에서 제어력을 잃고 입에서 맴도는 욕설을 엄마에게 쏟아낸다면요. 지금은 그저 스스로 때려 많은 것을 잡아둘 수 있지만 한 번 쏟아내면 절대로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잖아요. 내년이면 엄마가 나를 낳은 나이가 됩니다. 엄마는 그 때 어떤 걸 생각했을까요. 행복했을까요 불행했을까요. 낳기 싫었을까요 기대 됐을까요. 이런 사람이 될 걸 알았다면 낳지 않았을까요. 이런 삶을 살 걸 알았다면 어릴 때 죽여줬을까요. 사실 이 모든게 내 착각일 수도 있어요. 내가 아프다고 하는 이 생각이 착각일 수 있죠. 어릴 적 아빠의 죽음과 거기에 딸려 온 부차적인 것들은 그저 지나가는 일이었을 뿐인데 내가 관심받고 싶어서 아픈 척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요. 그 어릴 적의 일이 뭐 큰 일이라고. 아니 생각해보면 그 때부터 모든 게 시작 됐을까요. 나는 아빠의 장례식에서 선생에게 전화를 걸었던 그 날 뭘 생각 했었을까요. 내 기억 속 그 때의 나는 중학생같은 모습이었고 전화로 부고를 전한 다음 날 학교에서 관심받는 내 모습을 떠올렸습니다만 사실 그 때의 나는 그저 학교에 갓 입학한 초등학생이었는 걸요. 그리고 그 날 집으로 데려다주던 누군가의 차에서 처음으로 동전을 훔쳤어요. 세살버릇 여든간다고 종종 누군가의 물건을 훔치고 싶을 때가 있지만 이제는 너무 많은 곳에 씨씨티비가 있죠. 모든 시간과 모든 일 그러니까 내 인생을 한데 묶어 다 불태우고 싶어요. 가끔 누군가의 발치에 엎드려 울며 빌고 싶어요. 자해에서 조금의 성적 흥분을 받기도 하고요. 스스로를 죽이고 싶기도 남을 죽이고 싶기도 하고 사실 다같이 죽고 싶기도 하고요. 뜬금없는 얘기지만 이 쓸모없는 사람이 태어난 건 엄마와 언니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고. 그것이 내 역할일지 모릅니다. 이 험난한 세상 스스로 죽기 무섭고 그것은 죄가 되니까요. 내가 엄마와 언니를 죽여주면 나만이 가해자가 될테니까. 죽기 무서워서 살아 이렇게 서로 힘들어 하는거라면 그것을 끝내는 것이 내 삶의 의미는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는 싶지만 어려워요. 이건 정말 어렵네요. 취미로 만화를 꽤 보는데 만화에서 현실로 끄집어내질 때 그게 조금 죽고싶기도 합니다. 만화 속 세계는 그야말로 눈부신데 내 세계는 어두컴컴하고 너저분한 작은 방인걸요. 그러다가 또 나는 지금 뭘하고 있지 하고 눈물이 나고요. 진짜 뭘 말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네요. 내일이 없이 그저 계속 밤이면 좋겠습니다.
전문답변 추천 0개, 공감 2개,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