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차 중환자실 간호사, 남들보다 빠른 번아웃
제 인생은 남들보다 조금은 바쁘고 쉼 없이 이어져온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꿈이 있다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취업률이 높고, 나름 고연봉을 얻을 수 있는 학과를 고민했고,
그 결과 간호학과에 오게 되었습니다.
간호학과에서는 친구들이 휴학을 하고 놀러다닐 때
부모님께 용돈 한 번 받아본 적 없었고, 방학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음 학기 생활비와 고시원 비용을 모았습니다. 학비는 장학금 제도를 열심히 알아보며 이것저것 챙겨 거의 낸 적 없었던 것 같아요.
항상 사람을 만나고 이끄는 것이 즐거웠던 터라 20살에는 봉사단체도 세우고 이후 학생회장도 맡는 등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 덕에 어린 나이에 기사에도 실리고 원하던 대학병원과 부서에 입사할 수 있었고, 공동집필로나마 작은 책도 출간해보았습니다.
그렇게 부서에도 어느 정도 적응하고, 선후배 동료들과도 마음이 잘 맞아 일하는 것이 스트레스로 와닿지 않는 요즘입니다.
삼교대 근무도 원래 낮밤이 불규칙했던 제게는 오히려 잘 맞지 않나 싶었고, 많은 죽음을 경험하고 긴박한 상황이 계속되는 중환자실의 특성도 감수성이 메말랐다 싶은 제게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이상적이고 행복해야하는 환경과 상황 속에서
저는 매일 집에 오면 눈물이 나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그렇게 애정을 가지고 키워낸 봉사단체도 사실 지쳐 내려놓고 싶은 심정입니다.
좋아하던 사람들을 즐겁게 만나고 집에 돌아와도 갑자기 찾아오는 우울감에 눈물이 흐르곤 합니다.
매일 그 이유는 달라지고, 정말 사소해서 평소라면 신경쓰지 않았을 것들이 신경쓰여 혼자 울게 됩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한 달 넘게 이어지니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직장에서 일을 할 때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에도 마찬가지구요.
밝고 행복한 모습으로 사회의 일원이 되어 있다가도
집에 와 혼자가 되면 우울감이 찾아옵니다.
제 글이 그저 배부른 소리, 자랑하는 이야기로 전달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저의 베터리가 방전된 기분입니다.
이럴 땐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이 정답인지 처음으로 가늠이 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