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는 등에 대하여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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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yLet
13일 전
굽는 등에 대하여 "똑바로 앉아라. 그러다 허리 굽는다." 어렸을 때부터 곧잘 듣던 말이다. 똑바로 앉지 않으면 등이 굽으니 조심하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구부정하게 앉아있던 것 같다. 어디에선가 봤다. 사물궁이였나. 똑바로 앉아 있으려면 근육이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켜야 하는데 이게 우리가 느끼기엔 상당히 피곤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근육 대신 관절이나 인대를 써서 앉아있으면 편하지만, 몸에는 좋지 않다고 했다. 생리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내가 어릴 적부터 쓰던 의자도 불편했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몸집이 비슷했고, 키는 중학생이 될 무렵 즈음에 성장을 멈추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써 오던 의자를 10년 남짓 쓰고 있다. 그 때에도 별로 편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등받이가 딱딱하고 내 허리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했다. 내 몸과 잘 맞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의자가 불편했던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큰 이유는 나의 의지박약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저 편하다는 이유로 구부정하게 앉았고, 핸드폰을 보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 한 시간 쯤 지나 목을 하늘로 치켜들고 원을 그리면 이상야릇한 압박이 느껴졌고, 두 팔을 위로 쭉 들어 풀어주면 어깨에서 뚜두둑 하는 경쾌한 소리가 나곤 했다. 그 정체모를 쾌감에 나는 알게 모르게 중독된 것은 아니었을까. 익숙해진 자세를 고치는 것은 어렵다. 끊임없이 머릿속에 '바른 자세'를 떠올려야 하고, 목과 어깻죽지도 한 번씩 풀어줘야 한다. 몸에 나쁜 것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자세도 편한 것에서 불편한 것을 추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 번 굳은 익숙함은 내게 편안함을 가져다주었고 편안함은 내게 잊으라고 속삭였다. 그 안락함의 망각은 그저 나쁜 자세에서만 나를 찾아오는 게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그것은 찾아왔다. 한번 '내 사람'이 되면 마음은 편안해졌고 더는 노력하지 않아도,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관계는 그저 그렇게 유지되었다. 서로 얘기하지 않아도, 그냥 주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심이 되었다. 내 몸에 맞지 않는 의자에 앉아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그냥 그 사람이 원래부터 내게 맞지 않아서 그랬다고만 하면 그만이었다. 맞지 않는 사람과 불편한 건 당연한 게 아닌가. 그럼 이런 의문도 생긴다. 나는 그 불편한 의자에 왜 그렇게까지 애정을 쏟았던 걸까? 일치감찌 갖다 버리면 그만일텐데. 의자가 불편한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내가 왜 그렇게까지 관계 유지에 공을 들였는지 설명할 수 없으니까.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원인은 내게 있었다. 내가 근육을 움직이기 귀찮다는 이유로 관절과 연골을 쓴 것이 화근이었다. 근육은 세포라서 써도 재생되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느꼈던 안락함은 내 노력이 아니라 상대방의 인내심과 이해심으로 유지되는 것이었다. 내 마음은 쓰더라도 재생된다. 운동하면 할수록 근육이 커지듯이 마음도 쓰면 쓸수록 커진다. 그런데 상대방의 이해와 인내는 그렇지 않았다. 쓰면 쓸수록 작아진다. 내가 마음을 쏟지 않으면 그것들은 점점 바닥나서 없어진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의 진심을 느끼지 못하면 내 인내심과 이해심은 언젠가는 사라질 터였다. 나는 바르게 앉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끊임없이 마음을 쓰고 진심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되뇌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언젠가는 좋지 않은 일이 찾아온다. 지금 구부정하게 앉는다고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등이 굽고, 거북목이 찾아온다. 그렇기에 지금의 편안함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나는 꾸준히 마음을 쓰고 진심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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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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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전
좋은 습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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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ca1 (리스너)
5일 전
저도 요즘 격하게 느끼고 있는 부분이랍니다 누워있기 보다는 엎드려있기를 참 좋아하는데 앉는 자세도 편한자세를 추구하다 보니 거북목은 아니지만 허리쪽에 문제가 생겼나봐요 요근래 한의원을 다니면서 동양의학이 참 신기하구나 싶기도 하고 어유... 이제 허리도 그렇고 건강을 챙겨야지 싶기도 하네요 예전에는 제가 무적인것 같았는데 나이앞에는 장사없다는 옛말을 몸소 느끼고 있답니다...ㅠㅠ 내 사람이라는 말이 익숙하네요 제가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하고 여전히 흑백의 인간관계를 고치는데는 애를 먹고 있답니다 내 범위안에 들어온 사람과 그 바깥의 사람들 바깥 사람들에게는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지만 마카님 말씀대로 내 사람에게 많이 쏟아붓다 보니 그만큼 기대감도 커져서 실수를 하게 되는것 같아요 나는 이사람에게 이만큼 쏟아부을 수 있는데 뭔가 상대방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의문이 들고 섭섭하고 그런데 그 마음이 좀 진정되면. 내가 왜그랬지?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스트레스 요인들과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갈등들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성장할 수 있게 해주지요 마카님도 저도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여봐야겠어요 :) 잘 읽었습니다. 글쓰기 실력은 갈수록 늘고계신것 같네요😊 좋은 연관성과 적절한 짜임새의 글이어서 하나의 논문을 보는것 같았네요 :)
VyLet (글쓴이)
5일 전
@orca1 건강이 최곱니다.. 정말루요 도서관에서 푹신한 소파에 구부정하게 앉아서 노트북을 보다가 얼핏 떠오른 글감이었네요. 생각 외로 좋은 글감이었고 꽤나 멋지게 적었다고 스스로도 뿌듯함을 느낀 것 같습니다 ㅎㅎ 칭찬 감사드려요 간만에 뭔가 해낸 것 같고 좋습니다 내 범위 안과 밖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이분법적이고 사람마다 가진 미묘~한 친밀감의 차이를 의식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아요. 차라리 1에서 100까지 숫자로 정하는 게 나으려나요? 내가 누군가에게 쏟은 노력이 외면당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누군가는 제게 쏟은 노력이 외면당하는 것처럼 느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저는 그 사람에게 예쁘지만 불편한 의자였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참 오묘한 것 같아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자가 되는 관계라니 심오하죠 엎드리는 게 목이랑 척추에 그렇게 안좋다는데 허리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래요 저도 요즘 목이랑 어깻죽지를 보면 뭉툭하게 올라온 것이 누르면 아프네요 어깨 안마가 받고싶은 밤입니다. 히히
orca1 (리스너)
5일 전
@VyLet 그쵸 ㅠㅠㅠㅠ 마카님도 건강하셔야 해요 글도 그렇고 댓글도 그렇고 전체적인 글의 느낌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온화해진 느낌이 드네요 많은 변화가 있었던것 같네요 :) 숫자로 정하기에는.... 오히려 너무 강박적인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ㅋㅋㅋㅋㅋㅋ 저도 예전에 그렇게 해볼까 했는데 피곤하기도 피곤할뿐더러, 기억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반올림의 개념이 빠져버리다 보니 친한 사람들에게서도 격차를 만들게 돼서 중단했었답니다 저는 흑백에서... 그레이까지는 넣는걸로 조금 바꿔보려고 하고 있어요😅 오.. 맞아요 관계라는건 상호간에 만들어지는거라 밸런스를 맞추는게 어렵긴 하지만 그 밸런스가 잘 맞는 사람들과 연을 이어가게 되면 기가 막히게 편안하면서도 발전하게 되더라구요 신기해요 저건 아직도 사실 지금도 엎드려있다가 자세를 고쳤답니다 🤣 머리보다 몸이 기억력이 더 좋아서 문제에요 ㅎㅎㅎ.. 그러고보니 몇년간 타지생활하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머리로는 기억이 안나길래 손가락을 도어락에 갖다댔더니 피아노치듯이 저절로 쳐지더라구요 근데 생각해보니 비밀번호는 여전히 기억이 안나고 와... 내손가락에도 지능이 있구나 하면서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ㅋㅋㅋㅋㅋㅋ 아 맞다. 목이 뻐근할때는 성대에서 쭉 내려가서 쇄골에 V자 중앙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러주면서 마사지해주면 뭉친게 금방 풀린답니다 :)
VyLet (글쓴이)
5일 전
@orca1 아닛 저보다 먼저 숫자를 생각하셨다니 전 숫자만 보면 기겁을 해서 그런가 그럴 생각을 못해봤네요 반올림이라니 계산할 게 더 늘어나잖아! 그리고 친한 사람들도 순서를 매기게 된다는 것 지적하신 걸 보고 흠칫했네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제 생각이 짧았나 봅니다 머슬메모리라는 말도 있잖아요 습관이 더 무서운 것 같아요 ㅋㅋㅋ 저도 오늘 내내 구부정하게 앉았어요 사실... 쉽지만은 않네요 그리고 마사지! 방금 해봤는데 생각보다 괜찮네요 꿀팁 감사합니다 ㅎㅎ 종종 써먹어야겠어요
orca1 (리스너)
5일 전
@VyLet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해왔고 여전히 관찰하고 습득하고 있답니다 :) 종종 다른사람에 비해 공감능력이나 감수성이 결여되었다고 느낄때가 많은데 저는 그걸 학습으로 커버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어요 저도 숫자에 알러지가 있어서... 옛날에 아르바이트 할때도 카드손님을 정말 좋아했었어요 현금으로 받을땐 실수가 많아서 😅 모두에게는 각각 다른 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마카님이 생각하셨던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해요 친한 사람들일수록 마카님이나 제가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분에서 오히려 반대로 그사람들이 문제를 만들거나 선을 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데 무작정 다 받아주기만 하면 결국 상처는 고스란히 우리 몫이 되니까요 앗ㅋㅋㅋㅋㅋ 맞아요 머슬메모리라고 하지요 30분단위로 자세 똑바로 앉기 로 알람을 맞춰놨다가 습관들면 알람을 끌까 싶기도 해요 ㅠㅠ 그마저도 폰 보려면 엎드리겠지만요 다행입니다 :) 너무 마사지에만 의존하지 마시고 가장 중요한건 피로감을 줄이는거니 종종 스트레칭 해주시면서 방지해주시는것도 좋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