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아무것도 못합니다.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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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비공개
13일 전
밖에서 아무것도 못합니다.
제목 그대로입니다. 앞서 제 과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저는 원래 소심한 성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존심이 높고 항상 1등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습니다. 초등학교 중반 까지는 괜찮았습니다. 그때까지는 친구도 좀 있었 잘 놀고 다녔습니다. 초 4때부터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신체에 한 부위를 가지고 놀림받은 적이 반년, 소수의 무리(3명)에게 좋지 않은 취급을 받은 것도 반년. 저는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중에도 자존심은 높았습니다. 자존감은 현저히 떨어졌지만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존심만 높습니다. 하여간 결정적으로 초 6때의 반년간의 집단 따돌림에 저는 망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저는 바깥에서는 아무것도 못합니다. 흔한 카페 하나 못갑니다. 사람 많은 카페는 물론 사람이 없음에도 주문도 못합니다. 그냥 사람하고 마주하는 그 자체가 두렵고 힘이 듭니다. 카페에 주문하는 것은 물론이요 음료를 받고, 마시고, 다시 돌려놓는 그 과정에서 실수가 있을까봐 너무도 두렵습니다. 이제는 사람의 시선이 두려운 건지, 아니면 세상 그 자체가 두려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바깥에 나서기만 하면 전 한없이 작아집니다. 친구는 당연히 없습니다. 제 주변에는 가족 뿐입니다. 식당에 들어서는 것, 모르는 곳에 다가서는 것이 힘들어요. 사람 틈새에 껴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하는 일이 버겁습니다. 내일 혼자서 나가 점심을 먹어야 합니다. 저는 현재 20살 대학생입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에 가야하는데 벌써부터 두려움이 납니다. 거기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든 것을 검색했습니다. 내가 갈 그 가게의 구조, 키오스크 사용법, 퇴식구의 위치, 카운터의 구조, 혼자 앉을 자리가 있는지, 햄버거 가게의 혼밥 영상까지. 그런데도 두렵습니다. 잘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두렵습니다. 밖을 두려워하는 저 자신이 싫고 밉기까지 합니다. 카톡도 무섭고 전화도 무섭고 하다못해 이메일까지 무섭습니다. 소통이 어렵고 힘들고 사람을 마주하면 목소리만 작아집니다. 우울증에 시달리곤 합니다. 가끔 기분이 가라앉고 죽고 싶은 충동이 듭니다. 그러나 죽는 것과 아픈 것도 무서워 시도도 못해봤습니다. 그런데도 정신과 병원에는 못갈 것 같습니다. 병원에 들어가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두렵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게임 할때 누군가와 채팅하는 것도 힘겹습니다. 한때 극복을 위해 랜덤 채팅과 전화 하는 것도 해봤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더라고요. 너무 힘들어서 지워버렸습니다. 부모님 욕되지 않게 잘 살고 싶은데 이래서야 사회생활도 못할 것 같습니다. 부모님 앞에서는 항상 괜찮은 척 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당장 하루하루가 두려운 심정입니다.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극복할 수는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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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yLet
13일 전
안녕하세요 작성자님. 사연을 읽다 보니 저랑 비슷한 면이 있어서 이렇게 글 남깁니다. 저도 초등학교 때 학교가는 길에 있었던 육교가 무서워 울었던 적이 있고, 중학교때는 학급 단위로 은근한 따돌림으로 위축됐었고, 고등학교때도 밥먹을 때를 제외한 많은 시간을 홀로 보냈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습니다. 대학생이 되니 버스로 학교에 통학해야 했고, 그때 시내버스를 처음 타보다시피 했죠. 약국도 혼자 가보고, 편의점에서 혼자 계산을 해야 했습니다. 어릴 때에도 밖에 잘 돌아다니지 않았던 제게 많은 것들은 두려움에 맞서는 고난이었습니다. 카페, 식당, 하다못해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러도 가지 않았습니다. 커피야 원래 별로 안 좋아하니 그렇다 쳐도, 교내식당을 가는 대신 자판기에서 그냥 음료수를 꺼내 마시는 걸 더 선호합니다. 그 자판기마저 카드를 쓰는 것이었는데 사용법을 알아내느라 몇 분 정도 머리를 싸맸죠. 교내 서점도 혼자서 못 갔고, 처음 가는 대학교 건물은 지도를 몇 번이나 확인하며 찾아가야 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실수하면 어떡하나 싶어서요. 그래서 항상 쭈뼛쭈뼛했고 어색했습니다. 배가 고픈데 먹질 못하고,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게 무서웠습니다. 지금도 솔직히 그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아직 많은 것들을 해보지 않았고 세상은 여전히 새로운 것들의 연속입니다. 그랬던 제가 생전 한 번도 안 가본 여행을 갔습니다. 그것도 머나먼 나라 미국으로요. 계기는 간단했습니다. 부모님이 제안하셨던 것도 있고, 무엇보다 평소 연락하던 미국인 친구와 꼭 만나고 싶었거든요. 그 계기는 제 두려움보다도 큰 것이었고 저는 비행기 예매부터 서류 준비까지 조심조심 해나갔습니다. 그러나 불안감은 여전히 있었고 부모님과 친구에게 몇 번이고 하소연했습니다. 이를테면 항공기 반입 금지 물품 같은 거나, 출국 절차 같은 것들에 대해서요. "모르면 직원분께 여쭈어보면 돼. 분명히 답변해 주실거야." 친구가 해 주었던 말입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실로 무서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듣는 당시에는 별로 안심이 되지 않았습니다. 신기한 것은 정말로 물어보니 친절하게 알려주셨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무슨 일이고 완벽하게 해 나가고 싶은 것은 모두가 가진 욕구일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것들을 갖추고 태어나진 않기에, 배워야 할 때도 있지요. 작성자님.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에선 작성자님은 한 명의 손님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이 드나드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컵 반납 방법이나 쓰레기 버리는 방법, 키오스크 때문에 질문을 한다고 해서 그곳의 손님분들이나 직원분들이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 거에요. 특히 직원분들은 그게 일상이기도 하구요. 그곳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손님분들을 도와드리기 위해 계시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도 작성자님만큼은 아니어도 성인이 되고 많은 것들을 처음 해봤고 사람들과 말을 섞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아니 아직도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해보면서 깨달은 건, 이곳 세상의 사람들이 나의 결점을 찾기 위해 잡아먹을 듯 안달인 사람은 아니라는 거였어요. 다들 자기 할 거 하느라 바쁘고, 타인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제가 만났던 직원분들은 친절하셨고 화장실이 어디인지와 같은 사소한 질문에도 성의껏 대답해주셨습니다. 좀 식상하지만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글로 그림으로 시작 전에 아무리 예습한다고 해도 실제로 경험하느니만 못합니다. 그리고 적당한 예습은 좋지만, 오히려 자료를 지나치게 많이 찾아보면서 스스로에 대한 불확신이 커지는 일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막상 그 일을 해보면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실 거에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경계심도 풀어질 거고요. 도망칠 수 없다면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잖아요. 아무도 대신 해줄 수 없다면 어떻게든 내가 해야 하잖아요. 누구에나 처음은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 번 발을 내딛을 결심이 어려울 뿐이지, 시작하면 잘 해내실 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