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무사히 다녀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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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yLet
25일 전
여행은 무사히 다녀왔고 26일에 귀국했다. 더 빨리 올 수 있었는데 하필 코로나에 걸렸던 것이다. 10일 격리를 마친 후에야 귀국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여행 내내 뉴욕의 여러 곳들을 방문할 수 있었고, 친구도 만났으니 값진 시간이었다. 온라인으로 만난 사람과 실제로 대면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낯선 남의 나라 미국에서, 미국인과. 게임을 하며 친해진 사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이에는 애매한 기운이 감돌았다. '뭐지?' 싶은 느낌... 애매하고 이상한 기분. 친구들과 함께 얘기하다가 나에 대해 말할 때면 '내가 봤을 때도 난 이런 내 특징이 별로다'라는 결론으로 도달할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봤을 땐 사랑스러워(endearing) 보인다'라고 말해줬다. 그래서... 뭐지? 작업인가? 하며.. 구글에 endearing이라는 단어가 작업용인가 찾아보면서...ㅋㅋㅋㅋㅋㅋ 혼자 갸웃거리고 궁금해 하고, 그랬더란다. 몇 달동안 이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해소됐는데 둘 다 서로에게 애매모호한 감정을 품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부터였다. 고백도 없이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런 사이가 됐다. 그게 6~7월 즈음의 이야기다. 실물로 만난 친구는 거대(?)했다. 손도 발도 컸다. (특히 손 크기 차이가 엄청났다) 키는 180이 안되는데, 키가 큰 편은 아니다. 다만 내가 154 언저리라서 뭐라 할 처지는 아니다.ㅋㅋ 근데 덩치가 커서 전체적으로 큰 인상을 준다. 근육과 지방이 혼재된 체형인데, 그 약간.. 마동석 비슷한 체형이라고 해야 하나. 한국에선 쉽게 보기 힘든 몸매였다. 다부지고 큰... 뱃살도 약간 있었는데 개인적으론 귀여웠다. 거울 앞에 서서 우리 둘을 비교하면 차이가 어마무시했다. 내가 그 친구 뒤에 서면 안 보일 정도였다. 딱 가려진다. 그리고 친구도 나중에 말하길 '네가 이렇게 작을 줄은 몰랐다'라고...ㅋㅋㅋㅋ 안으면 품에 쏙 들어가니까 좋다더라. 친구는 덩치만 큰 게 아니라 힘도 셌다. 처음 만났을 때 포옹 인사를 했는데, 엄청 꽉 안았다. 어느 정도였냐면 내가 일방적으로 끌려갔다. 발도 들렸고 숨도 턱 막혔다. 갈비뼈가 아려 왔다. 포옹을 한두 번 한 건 아닌데 할 때마다 든 생각이 '이러다 갈비뼈 나가는 거 아니야..?'였다. 그뿐만 아니라 만나기 전부터 하던 말이 '너 어부바 해주고 싶다'였는데... 나중에는 내가 졸라서 해줬다. ㅋㅋㅋㅋ근데 번쩍 들더라. 어부바만 한 게 아니라 여러 자세로 다양하게도 번쩍 들렸다. 누가 길거리에서 시비 건 적 있냐고 물으니 없단다.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조금 특별한 직장을 가진 친구는 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한 달에 며칠 정도로 정해진 시간을 받고, 이 시간을 모아서 휴가 신청을 낼 수 있다. 수락만 된다면 2주, 3주 휴가도 가능한 것이다. 덕분에 내가 방학일 때 이렇게 같이 여행을 올 수 있었다. 그뿐인가, 숙소도 렌트카도 친구가 잡아 줬다. 나는 직장이 없는 대학생에 불과했고, 동생과 함께 왔기에 지출을 줄여야 했다. 더군다나 코로나까지 걸려 연장이 불가피했고, 새로 방을 2개 잡았는데, 하나는 친구가 잡아줬다. 돌이켜보면 직장인인 친구가 부담을 많이 해야 했다. 거의 1000만원 가까이 깨졌을텐데... 여행 내내 마음에 걸렸고, 나중에 얘기를 꺼냈는데 몇 달 안으로 회복이 될 거라고, 걱정 말라고 했다. '나는 네가 비용 문제로 이 여행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했다'라고 얘기해주더라. 너무 미안했다. 여행 내내 친구와 여러 곳을 방문했다. 자유의 여신상,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나이아가라 폭포 등등. 방탈출 게임도 같이 했었고 재밌었다. 렌트한 차도 크고 편했고 호텔도 편안했으며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이제야 대면했다는 거 그 사람과 함께 자고, 함께 깨고 하루 24시간, 2주 반이라는 시간 동안 온전히 우리를 위한 시간을 가졌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하겠지만 나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끝내면 아쉬우니까 썰을 하나 풀자면 친구가 나를 보면서 '너 귀여워(you're so cute)'라고 간혹 말하곤 했는데 장난기가 발동한 내가 '귀엽다는 게 무슨 뜻이야?' 라고 물었다. cute는 생각보다 뜻이 다양한 말이다. 귀엽다, 예쁘다, 경우에 따라서는 섹시하다 등등... 친구가 잠깐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너를 보면 지켜주고 싶고 보살펴주고 싶은 게 50퍼센트고 침대로 끌고가서 귀여워해주고 싶은 게 50퍼센트야' 라길래... 바로 옆구리 찌르며 간지럼으로 참교육해줬다. 돌이켜보니 이거, 친구가 아니라 남자친구라고 써야 하는 건가? 나도 연애가 처음이라 엄청 어색하다. 남자친구라는 말도 낯간지럽고...ㅋㅋㅋ 첫 연애를 장거리 연애로 시작한 나,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마음이 무겁다. 애초에 장거리로 시작하면, 나중에 멀어지는 것보단 버티기 쉬울 터. 그리고 매일 만나서 보는 것보다 절실할테고. 게임으로 비유하면, 처음 시작하는 게임을 '어려움 난이도'로 하려는 것과 비슷하다. 분명히 기분은 좋은데, 행복한데, 그 행복함 이면에 깔린 무거운 책임감이, 다시 볼 날을 손꼽아 기다려야 하는 그리움이, 언제 이루어질지 모른다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언젠간 한쪽이 다른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는 희생이, 그런 것들이, 나를 옭아매는 기분이기도 하다. 이 얘기를 해주니 남자친구도 똑같이 느낀다고 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게 분명히 값진 경험이라고 믿는다. 본래 예쁜 편도 아니고, 성향도 내향과 비연애에 가까웠던 나는 혼자서도 충분히 편하게 지낼 거라고 믿었고 내 인생에서 누군가와 함께 지낸다는 건 딱히 상상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근데 이젠 다르다. 이제는 그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고 함께 여러 가지를 해보고, 여러 곳을 가보고 많은 추억을 쌓고 싶고 아이를 낳고 싶고 무엇보다도 함께 늙어 가고 싶다. 아직 젊고 연애 초반인데 너무 간 거 아니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지만.. 그냥, 그렇게 생각이 들더라. 곁에서 함께 늙어갈 동반자가 그 사람이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또 내 인생 목표 중 하나가 '누군가에게 잊지 못할 사람이 되는 것'인데 그 목표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갔다고 생각하면 기쁘다. 그리고 내게도 잊지 못할 사람이 생기기도 했고. 소중한 사람이 생긴다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내 목표를 다시 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나는 성숙한 사랑을 하고 싶다. 인고의 시간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 시간을 잘 넘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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