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그 후, 자폐 진단으로 고립된 느낌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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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비공개
3달 전
열아홉 그 후, 자폐 진단으로 고립된 느낌
그러니까... 일단 현재, 나는 스무 살이다. 거의 한 1년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자폐 스펙트럼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말했다. 그리고 누구나 알 법한 병원의 나름 저명한 정신과 교수께서 직접 자폐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최신 검사(ADI-R, ADOS2) 도 받았고 주변 사람들이 나의 자폐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참 떳떳했다. 왜냐하면 나는 비록 지능 점수가 높아도 자폐는 그야말로 '스펙트럼'이니까. 다양한 양상의 장애이므로 내가 지닌 장애적 요소에 대하여 아주 원망하지 않았다. 딱 진단을 받고 1개월 정도 절망했지만 이 정도면 수긍을 빨리 한 편이었다, 적어도 나와 우리 가족은. 요즘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의 영향으로 자폐성 장애에 대한 관심이 올라간 듯싶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자폐인에 관한 말도 많아졌다. 1급 자폐성 장애인 가족을 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잘 들린다. 경증에 지능이 높은 자폐인이 소수라는 것은 절대로 부정하지 않는다. 중증 발달 장애 당사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보호자의 헌신이 얼마나 고될지 감히 예상할 수가 없으니까. 자폐로 인해 생길 어려움을 보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진심으로...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발언을 꺼낼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았다. 그 대우가 정말 합당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속상한 마음을 도저히 숨길 수 없었다. 너무나도 긴 시간이 송두리째 날아갔다.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를 넘어 스무 해 가까이 동안 고생만 했다. 시간이 계속 흐를수록 나는 나를 드러낼 수 없었다. 그래도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의사소통이 잘 되는 사람에게 자폐란 건 없다, 거짓이다, 오히려 다른 자폐인께 기만이라는 소리가 들리곤 한다. 나는 어렸을 때 사회적 미소 결여, 분리 불안 결여, 감각 과민 반응이 4~5살 때 두드러지게 드러났었다. 어린이집부터 초등학생 때까지 집단 구타를 당했다. 놀랍게도 그토록 어린애들이 한 동급생을 잡아 팼다. 기대할 만한 친구도 추억도 신뢰도 없어져서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 졸업 검정고시를 치렀다. 자폐 판정을 받았을 당시에 나는 울었지만 약간의 해방감이 있었다. 솔직히 현재로서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낀다. 누군가의 세상을 단숨에 무너뜨릴 진단명이, 나의 숨을 트이게 했다는 것이 너무 모순적이라서. 이제는 자폐 스펙트럼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조금씩 겁이 난다. 그렇다고 아주 숨기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사회성 없고 제한적인 행동을 하는 나 자신을 마주할 때마다 겁이 난다. 그러면 내가 고기능 자폐인이라고 예전엔 인정하기라도 했는데, 요즘엔 그냥 엄살 부리는 거 아니냐고 다시 묻는다. 나의 자폐를 은근히 부정했던 상담 선생님의 말씀을 들을 것 그랬다. 자폐인은 공감을 못하고 감정을 표현한 그림을 그리거나 섬세한 글도 쓸 수 없다는 것을 그냥 받아들일 걸 그랬다. 그래서 내가 자폐 진단을 받았음에도 믿지 않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몇몇 사람들에게는 내가 미울 수도 있겠다. 어쩌면 짜증이 날 가능성도 있고, 특히 예외적인 부분이기에 곱지 못한 시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생각지도 못했지만 세상이 그렇다. 자폐 스펙트럼은 다채롭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통의 이미지들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는가. 사회적 자리에서 나는 간혹 고생한다. 정말 자폐를 원인 삼아 탓하면 나는 뭐가 될까.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모든 상황이 두렵기만 하다. 이미 지칠대로 지쳤다. 판타지와 현실이라는 양극의 기준이 나를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물론 나는 둘 중에 어디에도 없다. 나는 평범하다. 나는 그저 길거리에서 스쳐간 사람일 수도, 당신의 친구일 지도 모르는 일이다. 타인을 서서히 접하면서 모방 능력이 자랐을 뿐이다. 그렇다고 결핍이나 진단은 사라지지 않는다. 적어도 내 존재가 장난으로 여겨지지 않았으면 한다. 이 정도면 로또 맞은 주제에 희망을 파는 자폐인, 코스프레하는 가짜 자폐인으로 불리기 싫다. 그동안 쌓아온 아픔과 노력이 전부였으니 제발 나를 받아들였으면... 소원을 빈다. 그랬구나, 그래서 너도 힘들었구나, 이런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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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답변 추천 1개, 공감 8개, 댓글 1개
bb234
3달 전
경증 자폐라 다른 자폐인에 비해 축복받았다? 로또?? 말도 안됩니다. 정말 축복받은것은 자폐가 없는 사람들이겠죠. 같은 버스 타다가 교통사고 났는데 누구는 어디 앉아서 크게 다치고, 누구는 어디 앉아서 덜 다쳤을때 그렇다고 너는 덜 다쳤으니 어디가서 다쳤다고 하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있나요? 공장에서 일하다 손가락 하나 잘려도 다친건 다친거고, 다쳤다고 난리피울 일입니다. 그냥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나보다 하고 인터넷 여론은 참고용으로만 쓰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