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너무 나쁜 사람인것같아요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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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321
6달 전
제가 너무 나쁜 사람인것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제 부모님은 일을 하시고 자아실현을 하시느라 집에서 혼자 오빠를 챙기며 지냈어요. 오빠는 아스퍼거를 의심받을 정도로 사회성과 공감능력이 크게 떨어져서 항상 보살핌이 필요했거든요. 다행히도 진단까진 가지 않았습니다. 유치원때 엄마끼리 친해서 만난 친구도 없었어요. 엄마랑 놀이터에 놀러간 기억도 전무하고, 유치원을 다니면서도 알림장같은걸 확인하지 않으셔서 애들 전부 현장체험학습에 나가 수영장에서 놀고 있는데 혼자 하루종일 유치원을 지키고 있던게 아직 기억나네요. 그래서 그런지 항상 사랑에 고팠습니다. 아픈 손가락에 더 마음이 가니 엄마는 여가시간만 되면 오빠를 챙겼거든요. 정상인인 저는 손이 덜가도 괜찮다 생각하셨고요. 서럽긴 했지만 그래도 저는 우리 가족이 제일 좋았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가장 좋아하는게 가족이라 당당히 자랑하고 다녔으니까요. 제 인생에 불행의 시작이라 부를 수 있는 사건은 13살 여름날 일어났습니다. 아빠가 엄마의 바람을 의심했고, 엄마한테 모든 일을 그만두고 아이들 케어에 신경쓸것을 요구하셨어요. 일과 자식, 워킹맘들이 가장 고민하는 주제라 하던가요ㅎㅎ... 저희 어머니는 바람을 부정하시고 일을 택하셨어요. 물론 머리로는 이해합니다. 평생 잘나게 살아온 인생을 포기한다는건 힘든 일이지요. 근데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그 당시 제 세상은 가족이었는데, 제 모든 것이 부정당한 기분이었거든요. 주말 아침에 가족들이랑 침대에 누워서 동물농장을 보던게 제 최고의 행복이었는데 그게 사라진 거잖아요. 영원히. 솔직히 말하면 두분의 이혼 사유는 아직까지 추측에 불과합니다. 어머니는 자신이 얼마나 불행해졌냐에 초점이 맞춰져 저한테 불안을 쏟아내셨고, 오빠는 공감하지 못했으며, 아빠는 어린 저한테 말을 꺼내지도 않으셨거든요. 그냥 둘러둘러 오는 말을 하나 둘 주워담아 이유를 찾은 것 뿐입니다. 사실 이혼했다는 소식도 엄마한테만 겨우 들었어요. 그 전까지 한두달 이상의 별거 기간에 저는 엄마가 출장을 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출장이 흔하셨거든요. 그 뒤로 힘든 일만이 계속되었습니다. 6학년 중반때부터 왕따를 당하고, 빨간 딱지가 집에 붙어 친할머니 댁으로 들어가고, (이와중에 오빠는 처음에는 같이 지냈지만 고등학교를 핑계로 엄마와 함께 살았습니다.) 중학교를 들어가서는 성적도 확 낮아지고 이상한 애한테 걸려 하루가 멀다하고 자살 협박과 유서를 받아서 심각한 우울증이 찾아왔어요. Wee class 선생님께 제 고통을 말해보았지만 선생님은 그 아이가 우울증과 경계선 성격장애가 심해서 그렇다며 저한테 그 아이를 챙길 것을 종용하셨죠. 제가 없었으면 그 애는 밥을 같이 먹을 친구도 없었거든요. 아픈사람을 돌보는 것은 태어나서부터 제 의무와 다름없었기에, 그래도 열심히 옆에서 케어를 했습니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신체화 증상이 나타나 탈모나 3분에 한번꼴로 심한 헛구역질을 해댔고.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헛것이 보이기도 하여 대학병원 내과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결국엔 원인 불명이었어요. 그치만 돌아온 것은 학교폭력 신고였습니다. 다행히 학교 내에서 제가 그 아이를 돌봐준걸 모르는 선생님과 학생들은 없기에 경위서만 쓰고 조용히 넘어갔지만요. 이주에 한번, 저를 보러 오시는 어머니한테 이 고통을 털어놓았습니다. 어머니는 너가 심리학자가 꿈 아니었냐면서 시중에서 판매되는 책들을 보고 제 정신병을 고치라 하시더라고요. 노력으로 안되는 것은 없다며 정신병은 나약하고 노력 안하는 사람들만 걸린다는 말을 하셨는데, 너무 참담하고 절망스럽더라고요. 겨우 붙들고 있던 정이 떨어져나갈정도로. 저는 정말로 살고싶었기에 끊임없이 노력해왔거든요. 고소공포증이 있었는데, 죽고 싶을 때마다 일부러 높은 곳에 올라가 아래를 보았어요. 고작 저것도 무서워하는데 어떻게 자살을 하겠냐고 비웃고, 살고 싶은데 도저히 방법을 모르겠어서 엄마랑 상담 선생님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어떤 애가 수업시간에 그러더군요. 이혼 자녀들은 고아나 다름없다고. 부모에게 버림받은거라고. 공감을 해서도 안되는 말이지만 공감을 해버렸어요. 세상에게 버려진 기분이었습니다. 결국 정신과에 간 것은 오빠가 신검 통지서를 받은 다음날이었습니다. 간것도 아니죠. 주된 메인은 오빠였으니까요. 저 정신 상태로 군대에 어떻게 부모가 보내냐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익숙한 참담함이 아직도 느껴져요. 제가 살려달라 애원할 땐 책을 보고 스스로 치료하라더니 군대 이야기에 펄쩍 뛰어 병원부터 달려가는게... 제가 그날 받은 진단은 지속적인 고도의 우울증으로 뇌의 기능이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였습니다. (엄마가 있는 곳에서 말했으나, 다 까먹으셨더라고요.) 사실 그 뒤부터는 가지 않았어요. 엄마의 메인은 오빠였고, 거기 의사 선생님은 제 아픔을 몰라줬거든요. 아무튼, 그 뒤로 아빠가 엄마한테 잠시 절 맡긴 틈을 타 엄마는 절 중국에 보내버리셨습니다. 중국과 사업을 하고 있으셨거든요. 참고로 그 당시 전 니하오같은 가벼운 중국어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냅다 고등학교에 보내곤 중국 대학을 가라하더라고요ㅎㅎ... 돈이 없다고 비가 오면 베란다에 바퀴벌레가 50마리가 드글거리는 곳. 겨울에도 찬물만 나오고 보일러라곤 존재하지도 않는 기숙사에서 버텼습니다. 그냥 지긋지긋했습니다. 엄마랑 떨어졌다는게 제일 안도였어요. 그마저도 코로나가 시작되며 한국에 들어오고 바뀌었습니다. 외할아버지가 거동이 불편하신대다 치매가 심해지셔서 케어를 했어야했는데, 힘없는 할머니 혼자 힘들어서 밥 얻어먹는 값으로 할아버지를 24시간 기저귀 채우고 휠체어 태우고 밥 챙겨주고 하면서 케어를 했거든요ㅋㅋㅋ... 엄마는 없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새벽 내내 잠투정하고 기저귀를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에 보내달라 소리를 치시면 잠을 못자거든요. 따로 사무실을 얻어서 들어오지도 않더라고요. 유학생이 되면서부터 제 경제권은 자연스레 박탈되었기 때문에 싫든 좋든 제 미래를 위해선 붙어있어야하는 상황에 도달했어요. 제가 미련하고 멍청한 탓도 있겠죠. 더 웃긴건 제게 평생 관심 한번 주지 않던 어머니가 대학에 들어가고 나니 저에게 잘해주기 시작했단 겁니다. 아직도 웃음만 나와요ㅋㅋㅋㅋ.... 제가 자기 친구라도 되는 양 하루아침에 달라졌는데, 제가 인성이 못되먹어서 그런지 볼때마다 역겹기 그지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식도, 관심사도, 음악 장르도, 친구 관계도 전혀 모르면서 오빠가 좋아하는걸 제가 좋아하는 것이라 들이밀 때마다 제가 처량해져요. 비참하고 비참해요. 예전에는 정말 바랬던 관심인데..... 주된 고민으로 들어가자면, 어머니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다는 겁니다. 둘이 사귀고 계신가봐요. 축하해줘야 마땅한 일임을 알고있지만... 제가 정말 못된 인간 인듯해요. 제 인생을 이렇게 망쳐두고 자기는 새로운 사랑을 하며 행복해지려고 한다는 생각이 계속 치밀어 올라요. 엄마한테는 자신을 지원해주고 사랑해주는 엄마 아빠랑, 친구들이랑, 모두가 있는데 저한테는 아무것도 없어요. (중국에 처음 가자마자 엄마가 한국 핸드폰을 끊어버리고 버렸기 때문에 친구들과 연락이 전부 끊겼습니다. 중국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가 다 연결 불가거든요.) 치매 노인 수발은 다 들어두게 해놓고 자긴 연애한다는게 싫어요. 저한테는 자애랑 사랑을 강요하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해지는게 싫어요. 친한척 하며 자신의 노후를 말한다는게 싫어요. 이제와서 그러는 이유가 너무 훤히 보여요. 제 의견도 없이 어딜 보내버리고, 알아서 하라는 말이 역겨워요. 제가 나쁜 사람이라 이런거겠죠? 전 어쩌다 이렇게 나빠졌을까요?
불면신체증상분노조절중독_집착
전문답변 추천 0개, 공감 2개, 댓글 3개
yourmu
6달 전
당연히 작성자분께서는 나쁜 사람이 아닌데. 어린나이에 감당하지 않아도 될 많은 것들을 겪으셨네요.. 그 일들을 무관심한 주변인들에 의해서 아무것도 아닌 일로 치부되어 버리고 '내가 이상한 건가..?'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아닐까요? 작성자님과 아무 관계가 없는 제가 볼 때도 어머니의 태도를 작성자님께서 견디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나요.. 가족이라고 병간호가 쉬운 게 아니죠. 이제는 자신을 돌보시는 게 맞습니다. 사는 이유가 뭐 있겠어요. 행복하려고 사는 거죠. 자신의 행복을 위해 힘냅시다!
Hyun321 (글쓴이)
6달 전
@yourmu 평생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 어색하고 눈물이 나네요... 덕분에 약간 용기를 얻은 것 같아요. 말주변이 없어 더 무어라 표현은 못하겠지만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래요.
yourmu
6달 전
@Hyun321 원래 겪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사람들은 쉽게 생각하고 말을 꺼내는 경향이 있죠ㅠ 앞으로는 쉬운말에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응원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