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존감이 높은 걸까요, 낮은 걸까요?
저는 남들 눈에 제가 어떻게 보이는지 크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옷차림 같은 것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제 생각도 솔직하게 잘 이야기합니다.
그 사람들이 저를 오해하거나 평가하지 않을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 같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 없는 까닭은
제가 정신적으로 전혀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서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화병이 있었고, 소아 우울증 출신이며, 현재는 기분안정제를 먹고 있습니다.
싫어하는 것도 굉장히 많고, 자기검열도 심한 편입니다.
자기검열의 끝은 언제나 자학이고, 자학하다 보면 농담이 아니고 '나 같은 게 왜 살아 있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자살 시도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죽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죽고 싶을 때, 내가 그렇게 죽으면 너무나도 상처받을 사람 둘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기 때문입니다.
또 만약 제가 그런 시도를 한다면, 저는 확실한 방법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연애를 할 때도 '혹시라도 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미련이 남을까 봐' 애정이 없다고 생각될 때도 제가 질려서 미쳐버릴 것 같을 때까지 최선을 다했거든요. 상대방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내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요.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과 배치되는, 웃기는 말이지만
다른 사람이 저의 인성 등을 평가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엄청 상처를 받습니다.
제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서 그런가 누군가가 저를 비난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역시 난 그런 인간이지'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비하합니다.
저는 제가 늘 우울하고, 화가 나 있고, 삶이 힘들었기 때문에 자존감이 많이 낮은 편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정말 가까운 누군가가 "넌 우울증 환자인 거지 자존감이 낮은 게 아니다"라는 말을 꾸준히 해주더라고요.
솔직히 '뭐래' 이러고 넘겼는데, 마인드카페 앱 검사 결과를 보니 제 자존감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자존감이 높은데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우울한 거고, 자학이 심한 거고, 자기검열의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거지?
궁금해져서 글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