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등학교|중학교|부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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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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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솔직하게 말하면 난 공부라는 것을 엄청 잘 하는 아이였어. 중학교 시험 평균내면 90점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 없었고, 음미체도 친구들에 비하면 많이 잘 하는 편이였어. 그래서 중학교 내신 300점 만점에 297점을 찍기도 했지.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 '이정도의 노력만 있으면 고등학교 가서도 난 분명 잘 할거야' 하지만 내가 너무 우물 안 개구리였어. 3월 모고를 망쳐서 학교 내에 있는 SKY반에 들어가지 못했고, 그걸 탓하며 시험 준비를 중학생 때 만큼 아니, 그보다 더 안 했어. 결과는 처참했지. 그 이후에 든 생각은 '다음엔 정말 잘 할거야'였어. 놀랍게도, 난 정말 괜찮았어. 처음 겪어보는 실패의 경험이 남들보다 조금 늦어서 타격감이 조금 더 있었지만 그래도 열정가득한 아이였어. 하지만 주변에서는 '중학교 땐 잘 했는데..... 이번엔 실수한거지?' '어디 몸이 안 좋아? 점수가 중학교 때랑 좀 다르네~' 이런 말들이 다가오니까 더 비참하고 불안감이 덮쳤어. 사람들, 특히 선생님들은 나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느껴서 '그때만큼 못하면 어떻게 되는거지?'라는 생각만 들더라고. 그때부터는 부담감때문에 공부를 못했어. 핑계로 들리겠지만....자습할땐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지나가서면 속으로 '뭐야, 저 쉬운거도 못 풀어?' 이런식으로 생각할까봐 가리고 또 가리고 숨기면서 문제를 풀고 강의를 들으니까 효과가 하나도 없더라고... 집에 가면 지쳐서 씻지도 못하고 바닥에서 자고... 이런 날들의 반복이니 당연히 성적이 안 오르지. 그래서 5월 모고, 6월 모고, 7월 내신시험 모두 처참하게 망해버리고 말았지. 그 다음으로 돌아오는 건 바로 채찍질이였어. 학교 선생님이나 학원 선생님은 결국 결과물(대학)만 중시하는 사람이었거든. 그 이후로 공부라는 것에 흥미를 아예 잃게 되었어. 그런데 대한민국 인문계 고등학교의 학생은 공부를 안 할 수 없는 체제라 꾸역꾸역하기는 했지. 그 상태로 나는 방치되었어. 그렇게 시간이 흘러 2학년이 되었는데......이 상태론 내가 좋지 않은 생각들을 계속 하게되어 좋지 못한 선택을 하게 될 것만 같아서 야자도 빼고 학원도 끊었어. 어짜피 곧 방학시즌이니까. 하지만 주변의 채찍질은 멈출 생각이 없었지. '나 조금만 쉴게. 너무 힘들어서 그래.' 이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그 채찍질을 고스라니 받으니까 안 좋은 습관까지 생기고, 강박증있을만큼 깔끔하던 아이가 정리정돈도 안 하고, 외모에 신경 많이 쓸 18세 소녀가 대충 머리 질끈, 마스크 슥, 체육복만 입고 다니고 있어. 힘들어. 제발 도와줘. 죽고 싶어. 아니 사실 죽고 싶지 않아. 그냥 이렇게 살아가고 싶지 않아. 근데 나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지. 한마디만 해줘. 지금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말인 '힘내' 라는 말만 들어도 위로가 될거 같아.
불면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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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time5
· 일 년 전
글쓴이님 여태까지 많이 힘들었어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와주었으니 쉬어도 괜찮아요. 남들이 뭐라하든 글쓴이님은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그러니 글쓴이님 본인을 조금만 더 사랑해주세요. 이미 글쓴이님은 충분히 멋있는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