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전
타인과 어울리는 것이 너무 피곤해요.
저는 같이 다니는 무리가 딱히 없고 굳이 있다고 해도 2명이랑 친한데, 그 둘은 예전부터 서로 같이 다니는 사이라 짝을 짓거나 할 때 제가 떨어져요. 근데 딱히 저는 혼자 앉아도 상관이 없거든요. 화장실 갈 때도 애들은 친구를 반드시 데려가는데 전 오히려 같이 가주면 부담스러워해요.
과로 나누어져서 3년간 내내 2반으로 생활해오다 보니, 애들이 너무 친한 나머지 이리저리 갈등도 생기고 서로 싫어하는 사이도 있고 꽤 복잡하게 꼬여있는데, 저는 두루두루 다 친한 편이예요. 누군가가 내 뒷담을 했다고 들어도 전 아무렇지 않게 친한 척 하면서 그냥 넘기거든요. 어차피 졸업하면 안 볼 사이인데 괜히 감정소모하고 싶지 않고.
그리고 저희 학교가 이동수업이 잦은 편인데, 애들은 혼자 가기 싫으니까 어떻게든 누구랑 같이 가려고 해요. 저는 주번일 때 문 단속해야 하니까 그냥 먼저 가~하고 보내는데, 다른 애들은 그게 아니더라구요. a가 저한테 2교시에 내가 어디에 가 있을건데, 3교시 이동수업때 먼저 가지말고 나 기다려. 라는 말을 듣고 " 굳이 기다려야 해? 그냥 나 먼저가면 안 돼? " 라고 했다가 걔가 너무 서운해하길래 아 알았어 초등학생도 아니고..투덜거리면서 결국 기다렸거든요.
기말고사가 끝나서 대부분이 자습인데, 저는 문제집을 풀어야 해서 주변에 누가 있으면 집중이 안 돼요. 온전하게 나는 내 문제에 집중하고 싶은데 옆자리가 채워져있으면 불편해요. 이렇게 혼자가 좋은 제가 이상한걸까요?
오히려 저는 애들이 이해가 안 가요. 고3인데 대체 어떻게 놀 생각이 들지? 쟤들은 미래를 하나도 준비하지 않는건가?
이렇게 타인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부모님은 걱정인지 저한테 염려가 섞인 시선을 보내시곤 해요. 담임 선생님이 ○○(나)이는 두루두루 애들이랑 잘 지내지만, 같이 다닐만큼 진짜 친한 애는 없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나봐요.(하긴 맨날 혼자 다니는 모습이 많으니까)
하지만 저는 저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 관계를 굳이 만들고 싶지 않아요. 자랑은 아니지만 저는 이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축이고, 그렇게 혼자서 싸워온 결과가 이거라면 저는 현재의 즐거움보다 미래의 안정을 선택하고 싶거든요.
타인과 같이 다닐 의지도 없고, 인간관계는 피곤하기만 한데 자꾸만 애들과 엮이고 이리저리 휘말리는 기분이예요. 제가 보통의 또래랑 다른걸까요?
당신이 적은 댓글 하나가
큰 힘이 될 수 있어요.
댓글을 한 번 남겨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