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3년 전
도저히 맨손으로 만질 용기가 없어서 집안 온 문고리에 물티슈를 쌓아놓았다
엄마가 물었다 물티슈가 만병통치약이냐고
나는 엄마의 물음에 허를 찔린 것처럼 잠시 생각도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굳어 있다가 금새 분노가 차고 올라오는 것을 조절할 수가 없을 것 같아 다시 문을 굳게 닫았다
순간 손에 닿은 거칠거칠한 마른 티슈가 역겨워서 속에서 무언가 역류하는 것 같았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보려 했지만 방금 문고리에 살짝 손이 닿은 것 같은 느낌에 손이 입에 닿기도 직전에 빠르게 떼어냈다
산을 이룬 물티슈가, 말라 비틀어지기 일보직전인 휴지더미가 마치 허물을 벗은 내 심장인 것 같아서 속이 울렁인다
물티슈가 쌓이고 쌓이고 쌓여서 점점 문고리가 파묻혀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떠올린다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나약하고 한심한 인간인지
모든 것은 거짓이다
그런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거짓에 현혹돼 의식을 치루듯 매일 똑같은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는 내가 이곳에 있다
벗어나고 싶다
이 공간에서
나의 생각 속에서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나는 도망친 곳에서도 또 무언가로 산을 쌓아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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