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전
나에게 넌 불안정한 세상 속에서
잠시나마 안정감을 주는 장소였어.
난 어릴 때부터 항상 불안에 떨며 살고 있으니까.
적절한 시기에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거든.
그래서 안정적인 것이 그토록 특별하게 느껴졌나봐.
샤워를 하다가 몸에 불그스름하게 올라온
자국들을 보면서, 나의 지난 날의 아픈 결들이,
그 상처의 잔해들이 모두 사라진 채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건강하게 살아볼 수 있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가져보았어. 그리고 스스로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놓고선 웃기게도 슬퍼졌어.
최근에 처음 대화한 사람이 나보고 일한 지
몇년차냐고 물었어. 몇년차도 아니고 3개월차라고
답하니까 그럼 아직 고민할 때가 아니라더라.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따뜻한 현실이 느껴졌어.
몇년차 정도는 아니니 고민할 때가 아니라는 말.
신입의 장점은 생각을 안 하고 지냈거든.
아직 한참 배울 때니까 마음껏 깨져보고 망쳐봐도
용서되는 시기잖아. 이번 주와 다음 주의 나는
아마 추가인계로 일이 더 쏟아질거라서
멘탈과 체력이 남아나질 않을 텐데...
진짜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몸이라도 건강해지려고 등산도 하고 왔어.
역시 몸이 힘들어서 잡생각 안 나는 게 더 낫더라.
어느 순간부터 난 여름 내내 공황상태에 빠지고
머리가 핑 돌고 숨 안 쉬어지고 기력이 쇠할 정도로
힘들지만 버틸 만한 체력을 만들어야겠어...
나도 내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책임감 때문에라도 중간에 쓰러지더라도 일은 하겠지?
어떻게든 되겠지 뭐. 욕하더라도 일은 나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