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전
1.
"좋은 기억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보낸 시간과 공들인 노력이 네가 저지른 다른 잘못으로 인해 너를 묶는 목줄이 되어 나중에는 네 운신의 폭을 좁히고, 그로 인해 몇 배는 더 길고 깊은 고독 안에 갇히게 할 수도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과거의 내게 전해 주고 싶은 말이 아니라 앞으로의 내가 알기 싫어도 매 순간 마주하며 머리와 가슴에 쑤셔 박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2.
그러나 나는 스스로 저지른 다른 잘못을 후회하는 거지 시간과 노력을 아까워하는 게 아니다. 그 때처럼 누군가에게 그렇게 뜨겁고 구체적인 마음을 품고 무모할 정도로 자원과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었던 적이 없었다. 내 선택이 길게는 내년의, 짧게는 몇 시간 뒤의 내게 부담을 주더라도 함께 있는 그 순간 만큼은 아무 것도 재지 않고 전부를 바쳤다. 내가 생각해도 '그 정성으로 학생 때 공부를 했으면 XX대를 갔겠다' 라는 농담이 어울릴 만큼 열심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다신 그럴 일 없으리라. 다시 말하지만 후회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젠 그렇게 나를 불사를—썩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사람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3.
비록 내 잘못으로 마음고생을 시작한 거니까 어쩔 수 없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 역시 많이 지쳤다. 좋은 생각은 들지 않고 음식을 먹을 때 이외엔 과거 회상을 멈추기가 힘들다. 아닌 척 하지만 일상은 북녘 땅 선전마을처럼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고 늘 마음이 불편하니 주위 사람들과의 만남도 내가 앞장서서 피하고 있다. 몸이 망가지는 소리는 이미 귓가를 울리고, 어쩌면 마음도 몸과 함께 고장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나 같은 것에게도 아낌없이 격려해 주시는 게 감사해서 하루 이틀 사이에 그동안의 일들은 다 털어 냈다고, 이제 내가 받은 것처럼 남들에게도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도 잘 안 된다. 가슴 진정시켜주는 약을 매일 들이키던 수준에서 조금 나아졌지만 그게 끝이다. 내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유의미한 수준은 아닌 듯 하다.
4.
잘못한 주제에 겁도 많아 내 몸을 해하지 못하는 나는 그 대신 길면 1년, 짧으면 4~5개월 후에 내 일상을 완전히 깨부수려 한다. 아직은 막연하지만 곧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과연 늘 말하고 다니던 '스스로에게 내리는 벌'이 될까. 그 날 몸도 마음도 같이 무너져 버리면 차라리 미련이 없어 좋을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