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에게 공감이 어려워요
저는 감정표현도 적고, 남에게 공감하기도 어렵고 위로도 잘 못해주고 선의의 거짓말도 서툴러요. 사회 생활상 상대를 위해 보통 당연하게 해주는 빈말도 잘 못하고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도 어려워해요.
저도 이런 저를 알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보통 특정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 분석하고 따라하려고 노력해요.
내가 어떤 위로를 받았을 때에 정말로 마음이 위로가 되었는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상대가 내가 겪어본 적 없는 일로 힘들어할 때 최대한 제가 겪어본 비슷한 경험을 찾아내어 공감하려고 노력도 해요.
남들은 본능적으로 하는 공감이나 위로, 자연스런 농담, 친밀한 대화나 잡담 같은 것들이 제게는 기를 쓰고 분석하고 고민을 해야 겨우 흉내라도 되는데, 그렇다고 능숙하게 되지도 않네요.
마음이 힘든 사람에게 위로를 해준다고 해봐도 도리어 내 얘기나 잔뜩 해서 잘난척 하는 것 같고, 돌아보면 기분 나쁠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했다는 걸 헤어지고 나서야 알기도 하고. 상대방 입장은 하나도 배려 안하고 내 생각만 했구나를 한참 뒤에 깨닫기도 해요.
저는 대인관계에 있어서 꼭 AI같아요.
상황 하나에 대응 하나 배우고, 그리고 익숙한 상황에서 조금만 달라지면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실수하고 나서 다시 배우고.
얼마 전에, 저는 힘들 때 친구들에게 털어놓지만 정작 자기가 힘들 때 제게 털어놓는 친구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친구들도 이런 저를 아니까, 힘들 때 의지하거나 공감받고 위로해줄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고 그러는 거겠죠.
주위 사람들은 당연하게 무의식중에 주고 받는 공감이나 상호작용에서 혼자 외계인처럼 동떨어진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하는 언어를 저만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런 걸 고칠 수는 없을까요? 제 성격이 타고나길 이렇게 타고났으니까, 계속 남의 감정이나 반응을 흉내내며 공감하는 척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