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게 너무 힘들어요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매일 아침이 지옥같은 것은 입학한 3월달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나아진 게 없는 것 같아요.
제 아버지께서는 성적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굉장히 엄격하신 분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험 점수가 90점 밑으로 떨어지면 혼을 내셨고, 중학교 때에도 평균이 90 아래면 혼이 났습니다. 언성이 높아지는 것과 더불어 가볍지 않은 체벌까지 가하셔서 아버지는 예전에도, 지금도 제게 공포에 떨게하는 대상입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치르고 제 나름대로 가채점을, 또 평균을 계산할 때면 아버지께 혼나지는 않을까 늘 전전긍긍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와 2학년 초까지는 그럭저럭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께 혼나기 싫어서 열심히 공부를 했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선생님과 주변친구들에게 칭찬을 받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말부터 제가 좀 달라졌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으나 엄격했던 아버지에 대한 반항감이라고 나름대로 생각 중입니다. 평소에 하던 공부습관을 무너뜨렸습니다. 문제집이라곤 표지 뒤로 한 장도 넘기지 않았고, 하교 후 집에서는 매일 게임을 하고 소설을 읽고, 공부라고는 1도 하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굉장히 신선하고 재밌는 생활이었는데, 시간이 가고 시험기간이 다가오자 상상도 못하던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아버지께 혼이 나면 어떡하지? 성적을 못 맞아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나한테 실망하면 어떡하지?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늘 게으른 생활을 했습니다. 놀고 있는 와중에도 불안한 생활이었고, 결국 시험 3일 전 부랴부랴 벼락치기를 해서 괜찮은 점수를 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외줄타기를 하는 듯 이런 생활을 하다가, 마이스터고에 진학했습니다.
이런 모습으로는 인문계에서 쪽도 못 쓴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었고, 제 언니가 인문계에 갔다가 아버지와 성적 문제로 많이 다투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결정했습니다.
진로가 맞지 않아도, 적성에 맞지 않아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제가 생각했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고등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매일이 우울하고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전공이 맞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교우 관계의 문제까지 더해지니 버티기가 너무 힘듭니다.
중학교 때는 모르는 친구들이 없을 정도로 발이 넓었고, 친구들이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성적도 아버지도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고민할 시간조차 없었지요.
선생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음담패설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학생들과 화장실에 앉아있을 때면 밖에서 들려오는 온갖 욕설, 그리고 뒷담까지. 중학교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모습의 연속이었습니다.
3월달에는 전혀 적응을 하지 못했고, 통제하지 못하는 제 자신의 감정적인 모습이 너무 힘들었어요. 아침에는 눈물이 줄줄 흘렀고 학교에서도 울컥하며 눈물이 치밀어 올라 이를 악물고 참아냈던 적이 한둘이 아닙니다. 전혀 통제되지 않는 감정이 참 버거웠습니다. 제 앞가림도 벅차니 학기 초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를 잃고 말았어요.
4월달부터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저희 과 특성상 학생 수가 무척 적습니다. 다른 과는 두 개반에 20명씩 학생들이 있는데 저희 과는 한 개반에 10명이 전부입니다. 굉장히 적은 학생 수, 그마저도 서로 가족같은 분위기 안에서 겉돌던 학생이 저뿐만은 아니라 조금 위안이 되었습니다. 같은 과의 남학생 한 명과 다른 과의 여학생 한 명끼리 최근에는 같이 놀러도 다니며 우정을 쌓고 있습니다.
5월달인 현재, 저와 같이 다니던 친구가 전학을 가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럴만도 해요. 그 친구는 하지도 않은 행동이 다른 학생들에 의해 소문이 퍼져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힘들어하던 모습을 많이 봐서 전학이라는 결정이 참 잘됐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섭섭하고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는 생각은 도무지 떨쳐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저는 중학교 3학년부터 소화불량이 있었는데,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더욱 심해져서 점심도 저녁도 사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어요.
참 비참하고 힘들었습니다. 참다 참다 결국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에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간의 속사정과 힘듦을 토로하니 하시는 말씀이, “3월달부터 그랬으면 이제 좀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니? 네가 학교가기 싫다고, 집에 가고싶다고 할 때마다 부모 심정이 어떨지는 생각도 안 해봤지? 네가 바뀌려고 노력하지 않으니까 그딴 모습인거야.”
그 말을 듣고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죽어야지. 나는 나 힘든 것만 알지 부모님 마음은 생각도 안했구나.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현실이 바뀌지 않는 거라면, 죽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겠구나.
일요일, 가족이 모두 외출하고 처음으로 식칼을 쥐었습니다. 손목을 그어 자살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글을 본 상태라 심장이나 목, 둘 중 한 군데를 그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무섭더군요. 식칼이 생각보다 무거웠고, 손이 벌벌 떨릴 정도로 두려웠습니다. 바닥에 주저앉아 식칼을 던지듯 내려놓고 펑펑 울었습니다. 나는 결국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인간이구나. 죽고 싶어도 죽을 용기가 없는 한심한 사람이구나.
오늘, 역시나 아침에도 학교에 갈 생각을 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렀습니다. 아버지의 말 때문에 더 이상 부모님께 힘듦을 토로하고 학교가기 싫다는 등의 말조차도 꺼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교우관계의 문제는 이제 아무래도 좋습니다. 전공은 맞지 않고, 저는 하고싶은 일이 없습니다. 미래의 불확실함과 현실의 우울감이 합쳐지니 미칠 것 같은 지경입니다. 뭘 하면 즐거웠는지, 무엇을 해야 행복할지 이제는 도통 모르겠습니다.
혼자 있다가는 정말 죽을 것 같아 용기내어 글 적어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