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갓 졸업하고 취업한 첫 직장에 신입이라
난 아직도 대학생 티를 못 벗어난 게 보인다.
어엿한 사회인이 되려면, 아니...
더 풀어서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사회에 찌들대로 찌든 사람이 되려면,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센터장님이 아무리 내 협력자라고 해도
교수님 대하듯이 편하게 대하지는 말자.
어제 센터장님께 스승의 날 선물이라며
내가 그린 선물 드리고 "스승님이시니까.."
이랬는데 센터장님이 막 웃으시다가 1분동안
사래 걸리셔서 기침하신 것도 너무 학생 티가 나서
어처구니없고 귀엽다는 것을 그리 넘기신 것 같다.
회사에서 그런 농담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또 골치아프게 하던 아이가 수업 그만두게 됐을 때
"차라리 잘된 것 같아요" 이런 말은 절대 하면
안 된다더라. 아무리 편해도 속으로는
배우는 입장에서 그런 말하면 100% 안 좋게 본다고.
저번에 센터장님이 주변에 그러셨다더라.
우리 신입선생님 되게 재밌다고.
자기가 무섭다면서 할 말 다 한다고.ㅋㅋㅋ
센터장님이 내 입사 동기와 나를 가끔씩
귀요미, 예쁜 00선생님이라고 부르시는데ㅋㅋ
예쁘고 귀엽게 봐주시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명심해야 한다. 어느 회사를 가도 똑같다더라.
그래도 직설적이신 아빠가 해주신 마지막 말씀은,
내가 상상 외로 대단한 일을 무척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알바 수십개 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라고, 아빠는 내가 당장 때려칠 줄 아셨다고. 하하...그래. 센터장님과 주임쌤도 내가 잘하고 있다고 자꾸 말씀하시더라. 정작 난 경력쌤들과 나를 비교해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이제 수업도 점점 늘어야지...
센터장님이 추가인계도 해주신댔고 내 수업을 정말 철저하게 준비해가야한다...우선 그나마 여유로운 현재를 즐기자. 즐기면서 열심히 하자. 배워가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특히나 나의 성실성을 어머님들께 보여주고. 어제 보강수업한 어머님과 상담할 때
00가 수학을 한글보다 더 좋아하냐며 유치원에서는 수학 싫어한다고 하셨을 때 우리 회사 커리큘럼의 장점을 어필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것 같아. 저희가 교구 위주로 하는 수업이다 보니 다른 아이들도 수학을 재미있어한다고 잘 어필해서 말씀드렸어. 당연히 어머님 입장에서는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수업이 만족스러우셨겠지.
아무튼 잘하고 있어. 조심할 것만 조심하면 돼.
정말 피곤한 일인데도 어찌저찌 잘 버티고 있어.
초반엔 일하면서 매일 울고불고...
매일매일 퇴사와 죽음을 고뇌했는데.
이젠 그런 생각은 안 드네. 눈물 흘리지도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