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모든 게 무의미하고 사실 지금 당장 죽는대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 기분. 당장 눈 돌려보면 옆에 있는 남들은 다 달려가고 있는데, 나 혼자 이렇게 무의미하게 시간 흘려보내면서 멍청하게 멈춰 서 있는 게 미친듯이 무섭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한심하다고 생각하겠지. 후회하겠지. 근데 지금은 그냥 모든 게 너무 지치고 버겁고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겠다. 우울증이란 게 이렇게 무서운 것인 줄 직접 겪고 나서야 깨달았다. 오만하게도 여태 우울증이란 게 별거 아닌 줄 알았다. 그냥 좀 쉬면서 좋아하는 일 하고 미래에 일어날 좋은 일 생각하면 회복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근데 애초에 우울증에 걸리면 평소에 좋아하던 일이고 뭐고 그냥 모든 게 다 싫어지고 의욕도 없어지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희망도 미련도 남지를 않아. 그 어떤 말도 그 어떤 것도 하나도 위로가 되지를 않아. 뇌에 무슨 이상한 필터를 씌운 거 마냥 왜 이렇게 모든 게 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보이는지도 모르겠고, 평소에 수월하게 하던 일들도 왜 이렇게 내 능력밖의 일처럼 버겁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일상생활이 힘들다. 진짜 웃긴 게 이렇게 고통스러우면 벗어날 생각을 해야되는데 정면돌파할 생각을 해야되는데 그런 생각하는 것조차 귀찮고 짜증나고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