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가 두렵습니다
몇 년 전, 한 유튜버를 구독한 적이 있습니다.
유튜버가 운영하는 실시간 방송에서는 구독자들의 일상 이야기와 고민상담이 주로 이루어졌습니다. 인터넷 특정 커뮤니티에나 보는 쓰레기 대화가 아닌, 서로를 존중하며 예쁜말만 하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매일 실시간 방송에 참여했습니다. 거기다 구독자들 대부분은 또래라는 사실에서 동질감이 느껴졌습니다. 특별한 친목과 자세한 신상없이도 대화가 되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이때까진 건전한 취미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유튜버는 생각보다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때가 되면 구독자 한 사람씩 공개저격을 했습니다. 구독자 누구는 지금까지 유튜버 본인을 뒤에서 괴롭히고 있다, 유튜버인 본인은 을이자 피해자라며, 특정 구독자를 비난을 하도록 했습니다.
더 간단히 말하자면, 공개저격 및 마녀사냥을 했습니다.
이 유튜버를 오래 구독한 사람들은, 이 사람이 화를 내거나 신경질적일땐 일리있었다며 두둔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런가보다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저를 공개저격한 일이 있었습니다. 학창시절이 주제였는데, 그 유튜버가 학창시절 첫사랑을 떠올리며 했던 이야기가 결국은 학교폭력 관련 이야기로 이어지더라구요. 자신이 했던 학교폭력을 미화한 이야기에 제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정색하고 제 이름을 부르며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주제가 주제인만큼, 다른 구독자들이 그 유튜버의 편만을 들어줄 수는 없었나봅니다. 오히려 저를 위로해주고 중재자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 어떤 구독자도 유튜버 본인의 편에 서지 않다보니, 유튜버가 빈정 꽤나 상했나봅니다. 당일에도, 그 다음 날도 저에게 그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말 실수한 것도 아닌데 괜히 껄끄럽고, 며칠이 지나도 공개저격당한 일이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수치스럽고 점점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그 유튜버에게 1:1 오픈채팅으로 사과받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했습니다. 마치 우는 애에게 사탕주며 다독거리듯이요. 결국 끝까지 사과는 없었고, 제 글자 하나하나 지적하며 깔보더라구요. 상대방의 일방적인 키보드 배틀에서 모멸감까지 느꼈어요.
차라리 그 유튜버 나이를 몰랐거나 나보다 어렸다고 생각하면 아직 철이 없다고 넘겼을지도 모릅니다. 저보다 훨씬 연장자인 분이, 사람의 고민을 들어준다는 분이, 그런식으로 저를 대하니까 더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초등학생도 아닌데, 글자 하나하나 꼬투리 잡아 지적당하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정신차리고 봐도 조롱과 멸시의 의미가 가득 담긴 어투는 여전했습니다. 어떻게 써봐도 초등학생들의 유치한 말싸움 수준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좀 더 어른스럽게 대처하려고 해도, 그래도 그거 니 사정이고. 라는 식의 유치한 싸움밖에 안되는 것 같아 더는 상대하지 않았습니다만, 그 상처가 없어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수치스러움이 어느 정도였냐면 사람들 앞에서 강제로 속옷까지 벗겨지고 조롱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그런가보다 입장바꿔 생각해보겠는데, 나중에 다른 구독자들도 그러더군요. 그 당시 유튜버의 언행이 어이없었다고 하더라구요.
그 유튜버는 방송에서 항상 자신의 말재주가 뛰어남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코스프레를 한 자신은 늘 억울했고, 특정 구독자는 악인이라는 주장이 먹혔나봅니다.
그 이후로, 유튜버에게서 멀어졌지만, 더 이상 글쓰는 게 참 부담스럽습니다. 특히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충고나 건의와 같은 말을 하면, 또 조롱당할까봐 겁이 납니다.
내가 앞으로 부당한 일을 겪어도 그냥 참고 넘기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나약한 생각이 듭니다. 자존감도 많이 낮아졌고, 그 누구에게 당당하게 말도 못하겠습니다. 말과 글의 능력부터 폄하하고 조롱하고, 아 됐고 네 말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알아듣겠다, 대화가 안통한다투의 무시를 또 겪을까봐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