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과 증상에 대해서만 질문하고 쉽게 판단하는 정신과 의사들을 보고
정말 이 사람들은 정신적인 아픔이 무엇인지 진짜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싶었다.
뭐 놀라운 일도 아니다.
나도 외계인이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르니까.
근데 내가 정상인에 비하면 정말 외계인과 다름 없다는 걸 그들은 정말 조금도 고려하지 못하더라.
그들의 멋진 이름값과
뛰어난 지식과 약물이 주는 조금의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살아내는 내 가여운 발악은 증상호전이라는 보기 좋은 포장지로 감싸져서,
점점 깊게 상처가 곪아가는 와중에도
점차 나에 대한 걱정을 덜고 안심하는 주변인들의 환해져가는 표정에
감히 나쁜말은 꺼내질 못하고
내 안에 넣어두며 그들을 따라 웃곤했었다.
따라 웃다보면 이게 사회적 가면을 쓰는 건지
내가 정말로 행복해하는 건지 구별도 안간다,
지능이 딸려서 구분못하는게 아니라,
내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그러는 거다.
존재하는게 너무도 당연한 사람들은 현상과 증상들 밖에 안보인다.
자기가 봤을 때 너무나도 쉬운 것을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생활습관이나 뇌나 호르몬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어디까지나 이런 건 원인이 아닌 결과에 불과한 것이다.)
'그들의 신체와 마음의 모양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왜 이런 인생을 살고있는 것인가?'
라는 물음은 그들에겐 애초에 없는 것이다.
우울증, 무기력증 같은 타이틀이 그들의 이해의 전부다.
그래서 난
내게 해야할 물음들을
내가 내 스스로에게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내 상담사였고
내가 나의 정신과 의사였다.
물음을 던지면 던질수록 쉽지 않은 일이란 걸 깨달았고
만약 내가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면
이 경험을 꼭 나누어 좋은 곳에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난 감사하게도 이러한 꿈을 정말 실현시켰으나 여전히 헛발질 하는 의사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죽겠다.
이런 와중에도 솔직하게 자기 마음을 글로 적어내는 사람들을 보며, 서툴지만 댓글로 마음을 전하는 사람들을 보며 또다른 희망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