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자신이 너무 한심합니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스트레스|불안]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black-line
저 자신이 너무 한심합니다.
커피콩_레벨_아이콘evefield
·3년 전
안녕하세요. 현재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그만둔 후 새로운 공부중인 남자입니다. 저는 보통의 제 또래들이랑은 좀 다른 성격이나 관심사를 가진 경우가 많았고, 공부도 좋지만 항상 부모님이 원하는 쪽에는 큰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저도 나름대로 여러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고 여기저기 알아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그 중 제가 하고싶었던 일들은 동물 훈련사나 물리치료사 등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아버지는 그쪽이 아닌 전기과를 지원하기를 원하셨습니다. 본인이 평생 해오던 일이고, 이쪽은 자격증만 따면 취업이 보장되는 일이며, 자격증 대여만 해줘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문제는 제가 그쪽 일을 하고싶지 않아했고, 학교 다니는 내내 가장 어려워하고 힘들어했던 분야였다는 거겠지요. 어쩌면 핑계같은 이야기지만 어릴 적 아버지가 그쪽 일을 하는걸 꽤나 자부심 있게 생각했고, 그렇기에 학교에서 배운 전기 부분의 모르겠는 부분을 아버지에게 여쭤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잘 모르는 분야지만 아버지는 잘 아시는 분야니까요. 그리고 그날 꽤나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너는 학교에서 배우는건데 겨우 이정도도 이해를 못하냐면서 꽤나 혼이 났던거 같습니다. 어쩌면 그때부터 그쪽이 상당히 부담스럽고 두려워졌던것 같습니다. 어릴때부터 아버지를 무서워하고 항상 가까이 지내는걸 어려워 했던지라 아버지를 거스를 순 없었지만 그래도 저 나름대로 가고싶은 학과가 있는 학교들을 알아보고 이런저런 것들을 조사해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확고하셨었습니다. 제가 어디에 대해 알아봤다 하면 거기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찾아보고 알아보신 후 그 학과는 이제 막 시작된 분야의 일이기에 앞으로 비전이 확고하지 않고, 일자리도 많이 없을거다, 아니면 그쪽은 나와도 확실하게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을거다. 그러니깐 전기과를 가라. 가서 자격증을 취득해라. 그러고 나면 취미로 너 하고싶은거 해라. 같은 식으로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말씀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그쪽 일을 제가 해낼 자신이 도저히 없었기에 항상 불안하고 걱정될 뿐이었습니다. 당시 담임 선생님께서도 제 이런 마음을 알고 계셨기에 저 대신 아버지께 전화를 하셨던 적이 있는데, 결국 선생님도 아버지 말씀 따르는게 좋을거 같다 말씀하시게 되고, 그날 저녁에 퇴근하신 아버지께도 선생님께 그런 전화가 걸려오게 했다고 혼이 났었습니다. 결국 저는 아버지의 의사에 따라 전기과에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지옥이 시작되었죠. 학교 생활을 노력했고, 매일 맨 앞에서 집중해서 듣는다 했지만 도저히 머릿속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나날 뿐이었습니다. 나름대로 노력은 했지만 제 성격 자체가 흥미있는 것은 몇번 *** 않아도 암기가 가능한 것에 비해 흥미가 없는 일에는 의욕을 내지 못하는 피곤하고 쓸대없는 성격이었기에 공부 방법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그저 방황할 뿐이었고, 결국 1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후 2년에 걸쳐 시험을 두번 봤지만 합격선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의 분노가 극에 달한건 말할것도 없었고요. 그 이후 아버지는 네가 하고싶은걸 해보라 말씀하셨고, 전 그 이후로 학교 다닐때는 공부에만 집중하라며 시켜주지 않으셨던 알바도 하고, 문화센터에서 우쿨렐레 연주를 배워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하고 핸드드립 커피 내리기를 배워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아버지는 절 포기한게 아니었더군요. 네가 직접 힘든 일을 해보고 이것저것 배워 보면 전기 산업기사 자격증을 따는게 네가 앞으로 얼마나 편하고 그런 일 안해도 살 수 있을거란 걸 알게 될거라 생각하셨던 거였고, 지금 하는 일들에 만족하는 절 보며 다시금 압박을 주시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많이 부담되었습니다. 도저히 못할거 같은 일이었고, 그렇기에 도망쳐 나온 일이었는데 그걸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막막했습니다. 이전에 알아보던 일들을 다시 해볼 생각은 하지 않았냐고 생각할수도 있는데 학창시절 그것들을 해보고 싶다고 알아보고 다니던 시절 논리적으로 조곤조곤 반박하시며 그 일을 했을때의 최악의 경우를 네가 겪게 될것이다. 그러니 너는 내가 지원도 해주고 너 육체적으로 힘들지도 않게 해줄테니 자격증 취득만 해라 라는 말들을 계속 듣다보니 어느새 그 일들에 대해 품었던 열정이나 꿈들은 다 사그라들고 아버지의 말이 전부 맞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걸 다시 시도하기에 너무 벅찼고.. 결국 전 이렇게 좋은 길이 있는데 거기서 도망쳐나오고 다시 들어갈 용기도 없는 한심하고 멍청하고 열등감에 찌든. 그런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몸이 많이 약했던 저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요양원에서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고, 원래부터 가족 봉사활동을 다니고 남들을 돕는것을 좋아하였기에 그쪽의 업무에 빠르게 적응해 나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정받기도 하였고요. 그렇게 저는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필요한 자격증들도 취득하고, 저를 좋게 봐주신 팀장님의 도움으로 사회복지사의 업무나 일등을 배워나갔고, 사이버 대학교에 등록하여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처음엔 완강히 반대하시다가 결국 그래 한번 해봐라. 하고 저를 인정해 주셨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처음으로 아버지를 이긴 순간이었기에 너무 기뻤고, 남들보다 열심히 했다고는 못하더라도 제 나름대로 충실하게 보냈습니다. 근무하던 근무지에서도 절 복지사로 쓰고 싶어했고, 교육으로 갔던 복지관이나 실습을 나갔던 곳들도 끝나고 나면 연락 달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그래도 나름 보람차게 일을 했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렇지만 일하던 근무지 사정으로 절 써주진 못했고, 저희 아버지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준비해 보라 말씀하셨습니다. 알아본 결과 그렇게까지 좋은 일자리는 아니었지만 안정적인 곳이니 해보라고 학원에까지 등록을 시켜주셨었습니다. 한달 정도 학원을 다녔었는데.. 이건 제가 할수있는 공부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복지직 공무원을 한다고 해도 그 후의 일을 제가 해나갈 자신이 도저히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아버지는 너는 이걸 해내야한다며, 복지사 알아보니 미래가 안정적이지 못한 직업이라고 그렇기에 네가 하기에 쉽지 않을거라고. 그러니 이게 제격이니 이걸 공부하라고 말씀하셨고, 저는 또다시 이걸 해내지 못하고 있는 저에게 혐오감과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타고 가던 자동차가 사고가 나서 입원을 하게 되어 학원에 다니지 못하게 되었고, 저는 집 근처 공방에서 재봉틀을 배우거나 이런저런 경험을 하며 이력서를 넣다가 지역에서 꽤 규모가 큰 주간보호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정말 열정적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항상 나보다 어르신들을 신경쓰고 책임졌고, 프로그램 진행도 힘썼습니다. 문제는 이곳이 돌아가는 체제에 있었습니다. 사회복지사 두명이 일주일에 인지기능 프로그램 여섯개, 레크레이션 프로그램 다섯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방식이었는데, 어르신들의 인지 상태에 따라 나누는게 아니라 그냥 30명 넘는 각각 기능상태가 다른 분들을 한번에 몰아서 진행했기에 인지기능인 만들기는 너무 어려워도, 쉬워도 안되는 것을 중복 없이 매일매일 짜내서 만들어내야 했고, 레크레이션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매일매일 중복 없이 짜내야 했습니다. 그나마 혼자 하는게 아닌지라 조금은 버틸수 있겠다 했는데, 제가 일을 시작하고 약 3일 만에 같이 일하시던 분이 부상을 당했고 모든 업무가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게 하달되었습니다. 일주일 내내 새로운걸 만들어 내야 했고, 거의 매일 밤을 새다시피 하고 출근해 하루를 보내고 또 밤새 프로그램 기획을 하는 날이 거의 한달이 지나서야 새로 복지사가 뽑혔지만 그 사람도 이곳의 체제를 견디지 못하고 곧 그만두어 다시 저 혼자서 그 많은 일들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장이었습니다. 신입 복지사의 고생보다 보여지는 서류와 성과에만 관심 있었던 그 사람은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너무 미숙하다고, 좀 더 입체감있고 화려한, 손이 많이 가서 도저히 시간 안에 끝낼수 없는 작품들을 원했고, 결국엔 꾸역꾸역 해냈지만 처음엔 괜찮다고 했던 것들도 사실은 내가 별로인데 괜찮다고 말했다면서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걸 이해하지 못하겠고, 다른곳은 혼자서도 하는 일인데 왜 그렇게 힘들어하냐고, 이곳은 회사지 학교가 아니라면서 저를 압박해 왔습니다. 일에 대해서 이론은 있지만 실무는 아무것도 없고 인수인계는 단 이틀 받고 거의 혼자서 부딪친 결과 고작 4개월만에 체중이 8kg이 줄고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습니다. 정말 허탈감이 들었었습니다. 제가 거의 처음으로 용기를 내서,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인정까지 받으며 했던 일의 결과가 겨우 이것이었습니다. 저는 저 스스로가 아버지가 옳았다는걸 증명했을 뿐이었지만 그 일을 다시 할 용기도 자신도 없었고, 그렇게 피폐해졌습니다. 그리고 작년. 아버지는 주택관리사를 하던 친구분을 만나고 와서는 주택관리사를 준비하라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 비전 있고 일반적인 직장에 적응하지 못할 너에게 괜찮을 일이라면서요. 처음에는 어느정도 해냈지만 점차 이상하게 습득이 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기 시작했고, 자신도 없어지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저는 또다시 아버지가 준비해주신 길에서 주저앉은 나약하고 한심한 놈이 되어버렸건 겁니다. 저라고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만 끌려다니진 않으려 노력하긴 했습니다. 재봉틀을 배우던 것에 재미가 붙고 나름 손재주도 인정받아 학원을 다니기도 했고, 독학으로 만든 캐릭터 인형을 남에게 선물해 보기도 하여 지역에 있는 인형제작 업체나 공방 쪽에 전부 문의를 넣어보기도 하고, 티비에도 나온 인형 공방에 제가 만든 작품들의 사진을 올려 그쪽에서 먼저 이력서 제안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또 목공을 배우고 싶어 관련 일자리에도 문의를 넣어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지역에는 제대로 남아있는 곳이 한군데도 없었고, 티비에 나온 인형 공방은 너무 멀고 부모님의 반대로 갈 수 없었습니다. 목공쪽도 좀 더 나이가 많은 사람을 원했고요. 결국 아버지가 말했던 것들이 전부 맞았구나 싶으면서도 똑같이 전기과를 가라고 강요받은 동생은 저와는 달리 행동력이 좋아서 학교를 등록하지 않고 요리를 배워 지금도 여기저기서 일을 하고 있는. 결국 그런 대중적인 재능도, 그렇다고 아버지의 뜻을 따를 수 없는 저와는 달리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냈고, 인정받고 응원받고 있는걸 보면 저 자신이 너무 혐오스럽고 열등감 넘치며 괴로워지곤 합니다. 어느새부턴가 가족 사이에서 점점 소외되고 다른 구성원들과 벽을 느끼게 되는 저 자신을 보면서도요. 정말이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하게 말해야 한다 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문제는 그 확실함이 지금의 저에겐 없는것 같습니다. 내가 확실하게 하겠다 말했던 사회복지사도 완전히 말아먹고, 그 외에 하고싶다 하는건 안정적이지도 미래도 불투명한. 그렇다고 지금 아버지 뜻에 따라서 무언가를 하는건 어려워하는 저에게 이제 그럴 자신감은 전혀 남아있지 않은거 같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전 한심하고 멍청한. 아버지의 뜻에도 따르지 못하는 그런 필요없는 인간입니다. 스트레스 받으면 악화되는 심장 질환을 9년째 약을 먹으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멍청한 인간입니다. 그런 주제에 죽거나 죽을 자신으로 열심히 해볼 기력도 남아있지 않는거 같습니다. 이런 저라도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저 이대로 진짜 괜찮은걸까요? 살아도 되는걸까요?
신체증상공황두통트라우마의욕없음어지러움우울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댓글 1가 달렸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mhairlosszidane
· 3년 전
토닥토닥 너무 자신을 원망하지 않았으면좋겠어요ㅠ 지금까지 여러도전을 하신것에 경의를 표해요 :) 저라면 하나하고 에이씨하고 다 때려치웠을텐데 대단한 의지를 갖고계시는거같네요 😊 지금까지 좌절이 있을 수있었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남들보다 훨씬 열심히, 잘 살아오신거라고 생각해요 :) 나를 너무 몰아붙이기보단 나에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지금까지도 정말 잘해왔다고 스스로 칭찬을 해주셨으면 해요 :) 무조건 성공하려고 내 몸까지 깎아가며 앞으로만 나갈필요는 없다고생각해요 사람마다 속도는 다 다르기 때문이죠 ㅎㅎ 인생은 아주기니 단거리 경주보단 장거리 등산이라고 생각하시고 과거에 실패한 기억은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될거같아요 :) 지금까지 정말 잘해오셨구, 앞으로 도전 하시는것도 좋지만! 본인의 속도에 맞춰 힘들면 잠시 쉬어가도 인생이 망하지않으니 차근차근 다시 도전해보아요 :) 할 수있어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