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 속상함도 없다고 여기던 시기, 저는 어떤 상태였을까요 ? +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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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속상함도 없다고 여기던 시기, 저는 어떤 상태였을까요 ? +
커피콩_레벨_아이콘dabny
·3년 전
지금 현 상태는 이 정도는 아니지만 우선 전 제작년이었던 고 3 때 어두운 시기를 겪었어요. 돌이켜보면 저 스스로는 그닥 감정적인 소모가 컸다고 느끼진 않지만 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고통스러웠다고 표현합니다. 나의 감정선 그래프가 있다면 들쭉 날쭉하지 않고 정말 0에서 일직선에 가까웠습니다. 정말 기쁘거나 행복한 감정도 아예 안 느껴지고, 그와 동시에 슬프거나 힘들단 감정도 안 느껴졌어요. 또 고 3인 만큼 공부에 열중해야할 시기에 아무것도 안 한 채 제 방 침대에 누워 있기만 했습니다. 1년을 커튼도 완전히 내려 불빛도 안 들어오게 하고, 방문도 걸어 잠근 채 가족을 포함한 모든 사람과의 소통을 안 했어요. 가끔 학교를 나가야 하는 것을 제외하곤 말입니다. 유튜브에서 웃기다는 영상을 틀어놓곤 있었지만 재미 있다고 생각이 들었던 기억은 없습니다. 잠도 더이상 오지 않아 어두운 방에서 천장을 보며 멍 때린 기억 밖에는 없어요. 1달에 1번 외출이 기본이었던 시기였습니다. 이때는 저를 걱정하며 울고 불고 제발 이렇게 살지 말자는 엄마를 보면서도 왜 참견을 하는지, 우는 게 뭘 해결이라도 해주는지 등등의 생각과 같이 공감을 전혀 못했습니다. 오히려 화와 짜증만 내며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고 소리 지르기만 했던 것 같네요. '가족'이라는 단어가 저에겐 아무런 의미도, 뜻도 존재하지 않았었어요. 그냥 또 다른 사람, 혹은 남으로만 느껴졌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매체에서 슬픈 장면이 나오면 찔찔 짜고, 엄마가 조금이라도 속상한 모습을 보이면 제가 울고, 동생을 혼낸다고 매를 드신 부모님을 보면 대신 맞겠다며 하던 전데 정말 사람이 이렇게 정반대로 변하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생각해봤습니다. 전 늘 누군가에게 비춰지는 모습이 좋았으면 좋겠단 생각으로 살아왔고, 그만큼 남들의 시선과 말에 영향을 많이 받아왔던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늘 칭찬 받고 싶어하고, 관심 받고 싶어하는 아이처럼요. 근데 이제 엄마한테 크게 혼나 방구석에서 혼자 울고 있는데 밖에서 저를 제외한 가족 셋이 티비를 보며 웃고 떠들고 있는 소리를 들으면 그게 그렇게 속상하고 짜증이 났습니다. 나 혼자 기분이 상하고 싶지 않았어요. 더 이상 나 혼자 울고 속상해 하는 일이 없었으면 싶어 그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반복되어도 혼자 방에서 허벅지 꼬집으며 혼자 찌질하게 눈물 흘리지 말자는 생각과 노력을 쭉 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게 그런 식으로 점점 커져 주변 사람의 말에 동요되지 않고 혼자 속상해 눈물 흘리는 일이 없도록 해온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오면 남들에 대한 의존도는 1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키워내면서 이상하게 삐뚤어졌었던 거였단 생각이 들더군요. 아, 또 중 3 ~ 고 2 (이 시기가 오기 직전) 까지 이런 일도 겪었었던 것 같아요. 너무 화가 나고 분명히 이 말을 엄마가 얘기한 것이 틀렸고, 근데 버릇 없다는 '말투'로 얘기하지 못하고 혼나기만 했던, 어쩌면 억울하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처음으로 울며 베개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빽빽 질렀습니다. 또 너무 답답해 제 머리와 가슴 등을 주먹으로 최대한 때릴 수 있을 만큼 때렸어요. 머리 끄댕이도 엄청 잡고, 혼잣말로 욕(시X, 그래 내가 미XX이지)과 걍 뒤지는 게 낫다 등의 말들을 되뇌였던 것 같습니다. 이때부터 감정 조절에 장애가 생겨버린 건 아닐까요. 위는 제 추측일 뿐입니다. 원인이 무엇이었을지는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 저 시기가 끝나고 1년이 더 지났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살짝 잠잠해지고 성인이 되니 나갈 일이 종종 생기더군요. 그러면서 활기도 조금씩 되찾고, 끊임없이 맘고생 하며 문을 두드려준 엄마 덕분에 저는 예전과 같이 행복한 감정과 즐거운 감정을 느끼는 데 다시 익숙해졌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여전히 억울하다는 생각을 가지거나 무기력하단 생각을 가질 때면 스스로가 분이 풀릴 때까지 방에서 스스로를 때리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점점 강도와 빈도도 줄고 약 4-5개월 동안 저렇게 행동하지는 않는 것 같네요.) 지금은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도 공부를 하지 않고, 남들을 만나는 것에 쉽게 지치고,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욕과 노력이 전혀 없다는 것 빼고 감정적으로 큰 문제가 보이진 않는 것 같습니다. 이것 또한 고쳐 나가야 할 부분이지만 계속해서 억지로라도 밖에 나가고 사람을 만나면서 점점 나아지고 있는 부분이라 크게 걱정이 들진 않습니다. 하지만 전 저 시기가 뭐라고 정의 내릴 만한 '병'이었을지, 또 진심으로 정신병원에 가***던 엄마의 말을 듣고 가서 치료를 했어야만 하는 수준인지, 지금이라도 가는 것이 옳은지 등등이 궁금합니다.
우울충동_폭력분노조절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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