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엄마 딸이에요. 엄마 소유물 아니고 딸이에요. 사람이에요. 개나 고양이도 아니고 사람이라구요. 생판 모르는 남들도 나한테 적어도 사람취급은 하려 하는데 어떻게 엄마라는 사람이 날 물건처럼 생각하나요.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는 아나요. 내가 뭘 할 때 행복해 하고 어떨 때 편안하다고 느끼는지 아시나요.
나 엄마한테 다정하고 의지할 수 있는 엄마 같은 거 단 한 번도 바란 적 없어요. 내가 엄마한테 바라던 건 늘 하나였어요. 이젠 애정이고 관심이고 뭣도 필요 없으니까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거.
근데 어떻게 엄마라는 사람이 자기 자식 행복해지겠다고 아득바득 노력하는 것조차 방해해요? 나 큰 거 바란 거 아니잖아요. 안 도와줘도 되니까 적어도 나 이제 아프게만 하지 말아달라는 거잖아요. 신경 끄고 없는 샘 쳐달라는 거잖아요.
어쩜 그렇게까지 이기적이세요? 나는 아무리 내가 아팠어도 상관도 없는 사람한테 화풀이 할까봐 그렇게 노력했는데. 늘 그렇게 힘들고 아프고 화가 나도 상관 없는 사람에게 티내지 않으려 애썼는데... 엄마는 어떻게 그러세요.
한 번이라도 날 이해하려 한 적은 있었나요? 내가 그렇게 엄마를 분석하고 이해하며 겉은 평범한 부모자식 관계로 보이려고 노력할 때 엄마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나요?
날 늘 로봇 취급, 물건 취급, 애완동물 취급하는 사람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어요.
그 많은 폭력 속에서도 이정도 관계를 유지한 건 나에요. 어떻게든 왜 그랬는지 파악하고 이해하며 조금이라도 증오하는 마음을, 당신 때문에 내 삶이 이렇게 망가졌다는 생각을 지우려한 내 덕분이라구요.
그런데도 세월이 지나 나도, 엄마도 나이를 들면서 왜 나만 더 생각하게 되고 엄마는 더 어린아이 처럼 구시나요. 세월이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진 않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