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
1년 전의 내가 마카와 일기에 쓴 글들을 보니 그 때의 내가 너무 안쓰럽게 느껴진다.
과거의 날 토닥여주고 싶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 자신아,
살아있어줘서 고마워.
힘들었던 그 시간들을, 너만 아는 그 고통들을 버텨내주어서 정말 고마워. 너무 힘들었던 거, 내가 다 이해해.
지옥이었지. 자나깨나 머릿속을 지배하는 건 "넌 쓰래기야" "쓸모없어" "넌 신이 만들어낸 가장 끔찍한 실수야." 같은 생각 뿐이었고 마음속은 언제나 죽고 싶다는 문장으로 가득 차 있었어. 지나가는 자동차만 보면 나 좀 제발 뺑소니치고 가달라 빌고 있었고, 엄마아빠 얼굴을 보면 난 항상 부족한 것 같은 마음에 죄책감만이 가득했어. 그 와중에 우울함은 숨겨야 한다고 생각해서 겉으로는 필사적으로 밝은 척 하면서 말이야.
난 이제 그러지 않아. 사실 아직도 내가 우울해도 될지는 모르겠어. 아직 머리로만 이유없이 우울할 수 있다고 아는 거 같아. 마음으로는 모르겠어.
하지만 난 이제 살고 싶어. 정말로.
의대 갈 거야.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어.
나 할 수 있을 거 같아.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스스로 살아돌아왔는데. 내가 살고 싶다는데 뭘 못하겠어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