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평소에 대체로 마음이 무거운 상태인가보다.
그래서 힘이 벅찰 때 특히
위트나 농담 따위를 받아들이기 힘든
딱딱한 면이 있다. 나의 힘듦을 공유했을 때
상대가 위트있게만 풀어가려고 하면,
무거운 고백에 가벼운 반응이 돌아오면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고
장난치나? 싶어서 크게...짜증이 나더라.
무거움은 무거움으로 응해줬으면 하는데.
피가 차게 식어버리는 것이다.
가뜩이나 없던 힘이 쭉 빠진다.
이건 정말...사람마다 원하는 반응이 다를 테니
어쨌거나 그 상대는 분명 자기자신이 건네는
가벼운 위트 내지 말장난이 자기 딴에는
가장 위로가 되는 방식이어서 그렇게 했을 것이다.
마냥 생각 짧고 철없어서가 아니라.
정말 자기 스스로 가장 위로되는 방식이
좋게좋게 웃어넘기는 방식인 것이다.
가볍게 훌훌 털어버리는 타입.
그걸 이해는 한다. 이해는 하는데...
나와 무척 안 맞는 타입이다, 그건.
난 진중하면서도 예의있게 풀어가는 방식을
선호하는 타입이라 그런 듯하다.
진심 1도 안 느껴지고
고민은 1분조차 안 해본 것 같은
반사적으로 나오는 단순히 미래에 대한 '잘될거야' 식의 뻔하디 뻔한 희망고문같은 말보단
정말 열심히 상상해서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고
공감하며, 그 사람에게 필요한 말을 몇분동안
고민한 뒤 조심스레 말을 건네주는 그런 사람.
고민상담할 때 1초정도 생각한 뒤 뱉는 말은
당연히 깊이가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런 말에서는 크게 배울 점도,
도움되는 부분도 없달까...
단, 평소에 이런저런 분야들에 대해서
많이 고뇌해본 사람이라면, 또 이전에 그런 비슷한
고민을 들어줬던 경험이 있다면, 그게 머릿속에
축적된 상태라 바로바로 대답이 나온다는
예외는 있겠다.. 근데 그런 경우는 정말 흔치 않고
그렇게 나온 말이 진정으로 도움되는 경우는
더더욱 흔치 않다. 어쨌든 상대가 바뀌었으니까.
더 많이 고뇌한 뒤 말을 건넬수록
진심이 와닿고, 깊이있는 도움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도...상처입은 사람에게 또다른 상처를
주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상대의 특성을 먼저 파악한 뒤에
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상처 관련해서는 특히...
조심하면 할수록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