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떤 마음인지 잘 모르겠어요.
몇해전까진 심리상담과 우울증 약을 복용했습니다. 잠을 못잤고, 그냥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했고, 죽어라는 환청이 들리는 것 같았고 그래서 결국 저를 해치기도 하고.. 제 인생의 바닥이라고 느껴질 만큼 밑을 찍고 올라왔어요.
그 후 정상적인 루틴을 되찾은건 연애를 하고 부터였어요. 꾸준한 치료로 나아졌다기보단 새로운 관계로 인한 일시적인 기분전환?으로 이 관계가 끝나고 다시 혼자가 되면 다시 바닥으로 가라앉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가끔씩 들긴했지만, 몇년동안 특별히 우울함없이 일상을 잘 보내고 있습니다. 잠도 잘자고 많이 웃고 전혀 우울하지도 않아요.
그런데요, 그렇게 잘 지내다가도 그냥 마음 한 구석엔 ‘딱 지금 죽고싶다’, 자려고 누웠을땐 ‘내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뭔가 마음의 기본값으로 자리잡고 있는것 같이 문득문득 들어요. 근데 그게 우울하다기 보단 익숙하고 덤덤한 마음이에요.
전혀 예전처럼 기분이 가라앉아서 힘들거나 하진 않는데 그런 생각이 드는건 뭔가 제가 또 제 감정을 모른척 하고 있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