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살 자아가 생성되기 시작하는 그 시기
부모님의 싸움을 자주 봤어요
따지자면 일방적인 아빠의 시비였지만요
엄마가 많이 힘들어했고 아파했어요
저도 많이 맞았어요 제가 잘못해서요
무서움이 컸기에 아빠에 대한 어떠한 감정도
들지않았던 것 같네요
그에 비해 엄마는 불쌍하다는 감정과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알아요
아빠도 제대로 된 가정에서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했다는걸요
부모가 처음이였다는걸
나름의 애정표현도 많이 했으니까요
마트에 가면 맛있는걸 잔뜩 사왔고
그 시절 제일 좋은 핸드폰, 제일 좋은 컴퓨터를 사줬고
무뚝뚝하지만 사랑했다는걸
그때의 저도 어렴풋이 조금씩은 깨달았던거 같아요
그치만 저는 너무 어렸고
엄마의 잔소리가 사랑인줄 몰랐고
아빠의 투박한 씀씀이가 사랑인줄 몰랐어요
저는 커 가는 그 단 한순간도 저를 보여준 적이 없어요
아플때도 부모님이 아는게 제일 싫었는데
걱정시키기 싫어서가 아니라
걱정해주는 마음이 부담스럽고 부끄러워서요
모두에게 나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증이였던 것 같아요
내 마음과 감정을 누군가에게 표현한다는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였거든요 입을 꾹 닫고 살았어요
그리고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거든요 기댈 수도 없었어요
그렇게 전 어른스러운척 하는 아이로 자랐어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도 혼자 방에서 울음을 삼켰고
아무 일 없는 척 자해를 했고 손톱을 뜯었어요
나만 잠깐 참고 아프면 시간이 해결해줄거니까요
이게 어른스럽고 철든 행동인 줄 알았어요
그게 나를 망치는 일인줄은 전혀 몰랐거든요
여태껏 그렇게 살았으니까 성인이 된 지금도 여전해요
바뀌고 싶지도 않아요 이제는 익숙하고 편해서요
저는 잘먹고 잘자요 사회생활도 잘해요
이게 우울한 감정인건가? 잘모르겠어요
근데 지겨워요 하루하루가
미련은 많지만 잘 살 자신은 없어서
죽어도 괜찮겠다 싶은 삶을 사는중이에요
20년 넘게 뜯은 제 손은 만신창이
피부과에서도 치료불가래요
사람들이 항상 물어봐요 화상입은거냐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역시 전 당당해질 수가 없네요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더 나은 미래가 있을지 잘모르겠어요
어차피 돈을 버는 이유는 행복을 위해,노후를 위해 아닌가요?
다른 사람들은 돈 벌고 아둥바둥 살때
저는 그냥 막 살다가 진짜 망나니처럼 살다가
그 사람들이 노력의 결실을 이룰 때 죽고싶어요
진짜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그럼 미련도 안남지 않을까요
이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제 로망이에요
새벽 내내 끄적 끄적
길어서 읽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도 뭘 알아달라고 쓰는건지 잘모르겠네요
그냥 말해보고 싶었어요
우울함의 이유를 굳이 설명해준 적이 한번도 없어서요
저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