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28살 여자입니다. 원래 걱정과 생각이 많은편인데, 쉬면서 여유가 있다 보니까 잡생각도 많아지고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직장에서 알게된 나이차가 좀 있는 언니와 친해져서 최근 자취한 집이 언니 동네와도 가까워서 퇴사한 지금도 왕래를 자주 하는데요. 언니와는 일할 때 스타일도 잘 맞고 대화도 잘 되는 편이고 같이 놀러를 가도 항상 즐거웠는데, 최근에 집이 가까워지고 쉬게 되면서 사적으로 많이 만나게 되다보니까 이 관계에서 제가 많이 지친 것 같습니다...
언니는 혼자 사는 저를 위해 음식도 가져다주고 저녁도 같이 먹고 여행도 가고 하는데 저를 위한 이런 모습들이 저는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솔직히 가끔은 본인을 위해 저는 그냥 데리고 다니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요. 여행을 가도 제가 면허가 없어서 언니가 장거리 운전을 했었는데 자꾸 힘들다며 눈치를 주고 빨리 면허따서 너가 운전하라며 부담을 주길래 대중교통을 타고 가자고 하면 운전을 너무 안해서 연습이 필요하다고 차를 타고 가고, 운전 힘드니까 여행을 가지 말자고 하면 힘들어도 가서 맛있는거 먹고 즐겁게 노는게 더 좋다면서 강행을 합니다.
거절은 또 너무 못해서 항상 따라가는 입장이라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연락이 오는 것도 아니고 가끔가다 같이 저녁 먹자는 말에도 나가기 싫어서 약속있다고 거짓말하고, 여행 가자는 말에도 거짓말로 둘러대고, 제가 낮잠을 잔다거나 일이 있어서 톡이나 전화를 못받으면 혼자 사는데 무슨 일 있나 싶어서 계속 연락을 합니다. 연락 못받은지 한시간도 안되었는데도요... 앞으로도 이렇게 연락 안되면 너희 집 비번을 내가 알아야 겠다며 저희 부모님도 안하는 걱정을 너무 합니다. 그리고 가끔 다이렉트로 저에게 전화하는 언니 남편도 부담스럽구요. 한번은 노트북이 고장난 적이 있었는데 언니 남편이 서비스센터에 맡겨라 전화하고, 다음달 맡겼냐고 전화하고, 또 다른날 노트북 어떻게 됐냐고 전화하고, 언니가 연락 안된다고 저한테 전화하고 이런 사소한 연락들이 너무 싫습니다.
최근에는 언니가 같이 일하자고 해서 계속 이 관계를 유지하다가는 제가 너무 답답하고 숨이 막힐 것 같아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제가 걱정되고 저를 위해서라는건 알지만, 그렇다고 매일같이 연락하면서 귀찮게 하는게 아닌데 제가 느끼는 부담감이 잘못된 걸까요? 상대에게 상처를 줄까봐, 나에게 배신감을 느낄까봐 할말도 못하고 거절도 못하는 제 자신이 한심하고 답답할 뿐입니다. 부모님과도 대화를 많이 하는데 부모님께서는 자꾸 표현하면서 연습해라, 한번이 어렵지 반복하면 괜찮아질거다, 그렇게 함께한 세월동안 너의 고민조차 들어주지 못하고 공감해주지 못하고 너를 생각한다는 이유로, 친하다는 이유로 너무 지나친 간섭을 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너무 힘이들면 조금 멀리하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얘기해주십니다.
그동안 지내면서 조금씩이라도 제 솔직한 마음을 표현했더라면 서로 존중하는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렇게까지 될 동안 왜 아무런 말을 못했을까 하는 생각에 어떻게 얘기해야 상처주지 않고도 솔직히 얘기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너무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