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형 성격은 정말 고칠 수 없는걸까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불화를 많이 보고 자랐습니다. 매번 싸우는 부모님을 보며 빨리 상황이 끝나기를 바랬고, 그런 상황을 보는 게 두려웠습니다. 싸움이 끝난 후 좋지 않은 집안 분위기를 눈치 보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무섭다고 표현하기 보다는 울면서 참는 날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판단이 든 것도 있었고, 어린 제가 말한들 들어주시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식으로 중학생까지 보내다가 제가 고등학생이 되자 집안 분위기가 조금 잠잠해졌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적다보니 더이상 그런 분위기가 있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드디어 안정되었구나라고 생각하며 대학생이 되었고, 다른 사람들과의 안정감을 위해서 트러블 관계를 절대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친구가 선을 넘는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래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며 넘기는 날도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맞춰주다보니 제가 느끼는 감정들은 뒷전이 되거나 거의 무감정에 가까울 정도가 되어갔습니다. 그마저도 제가 해야할 일에 순위가 밀려서 마음이 문들어지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런 식으로 인간관계를 맺어오다가 친구들과의 갈등이 생겼고, 친구들은 제가 했던 잘못들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멘붕이 왔지만, 제가 잘못한 것이기에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그저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용의 사과 같다고 이야기했고 저는 패닉이 왔습니다. 빨리 그 상황을 벗어나고자 했고, 잠수까지 타버렸습니다.
저의 연락에 기다리다 지친 친구들이 먼저 만나자고 제안했었습니다. 그 친구들을 만나러 가면서 저는 이미 그 친구들한테 손절 당했을 것이고, 당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제가 그 상황에서 이래서 이랬다라고 이야기하면 끝날 문제를 키웠고, 제가 생각해도 진짜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해서 그 친구들에게 만나자는 제안을 왜 했는지 물었습니다. 손절하기 위해서 부른 거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다시 갈등이 생겼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갈등해결도 하지 못했으며, 친구로부터 회피형이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회피형 성격이 무엇인지 찾아보게 되었고 그 결과 제가 회피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달아놓은 댓글들, 진짜 최악의 성격유형이다라는 말을 보며 내가 정말 이상한 사람이구나, 남한테 피해만 끼치는 사람이구나, 왜 내 감정을 제대로 표현을 못해서 일을 키울까, 나는 사람들로부터 분리되는 게 세상에 이롭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회피형 성격을 가진 제가 너무 싫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 그리고 그렇게 상호작용하면 되는 문제를 못하고 있는 제가 너무 한심하고 쓸모 없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댓글에서 말한 것처럼 회피형 성격을 고치는 것도 안되는걸까요. 고치고 싶은데 고치지 못한다는 의견들이 많아서 고치기도 전에 너무 좌절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