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유를 모르겠어요.
안녕하세요, 23살 대학생입니다.
고등학교 1-2학년때는 학업으로 인한 부담감에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 이후로는 자살충동을 느낀적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자주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주일에 3-4번은 하는 것 같아요. 살고 싶지 않다는 게 곧 죽고 싶다는 것 아니냐 라고 하실 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엄연히 다릅니다. 삶을 그만둘 용기도 없을 뿐더러 제가 죽어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슬퍼하는건 싫기 때문에 죽을 수는 없어요.
그래도 창문 밖을 볼 때마다 나는 이 큰 세상의 너무 작은 일부분일 뿐인데 왜 굳이 열심히 살아야 되는지. 그냥 이 세상이 끝나버린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합니다. 그런 기도도 자주 했었습니다. 만약 제 목숨 하나로 다른 사람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내어줄 수 있다고. 그렇게 살아난 그 사람은 분명 저보다 더 가치있는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고. 이런 저의 생각과 행동을 보면 확실히 제 목숨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보다 아래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삶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같아요. 모든 게 그저 허무하게 느껴져요. 좋은 일이 생기면 행복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오고, 안좋은 일이 생기면 힘들어하다가도 또 원상태로 돌아오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사람이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그 행복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에, 그 괴로움에서 벗어남으로서 좋은 감정이 극대화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목적이 만약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라면, 저는 그 행복을 느끼기까지 겪는 힘듦을 견디고 싶지 않습니다. 버티지 못할 건 없지만, 굳이 왜 노력을 해가며, 상처를 받아가며 그런 힘듦을 경험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인생이 끝나면 그런 감정마저 사라질텐데.
가족이 없었다면 아마 이미 벌써 세상을 떠나려 했을지 모릅니다.
근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가끔씩은 저에게 안좋은 일이 일어나길 은근히 바라는 것 같아요. 사고가 갑작스레 난다던지, 건강이 악화된다던지 하면 그때는 사람들이 동정해주지 않을까, 내 한심해보이는 라이프스타일도 정당화되지 않을까. '불쌍한 나, 하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나'라는 이미지에 심취하고 싶은 걸까? 제 자신도 이해가 안돼요. 아니면 관심을 원하는 걸까요? 저 정말 동정심받는 걸 싫어한다 생각했는데 속마음은 반대였던 것일까요.
이렇게 모순적인 감정들과 생각들이 오가지만 결국엔 제가 삶의 이유를 못찾아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커리어적 목표와 개인적 목표가 크게 있긴 하지만, 그걸 이룬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 것 같지도 않고. 이뤘을때는 되려 허무할 것 같습니다.. 이루든 말든 제 인생에 있어서는 별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 같아요.
조언을 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허무함을 떨쳐내고 싶고, 죽을 마음도 없으면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좀 그만 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