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순종적이길 바라는 집안 분위기에서 자라났습니다. 부모님은 제 감정을 이해하기 보다 성적과 입시에 큰 관심을 두셨고 동생들과 항상 비교 의식을 느끼며 자라왔어요.
제 학창 시절 가장 많이 느껴왔던 감정은 울적함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지만 고통이 무서워서 실행하진 못하고 중학생 때 손가락을 무딘 커터 칼로 그어보기만 했습니다.
저는 원래도 우울한 감정을 잘 느끼는 사람인데 요번 연도에 아버지와 한번 크게 다투며 제 근본을 잃어버렸다는 감정이 들었어요. 원래에도 근본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고 무의식중에 느껴왔지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끄집어 내어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몇 개월간 입맛도 없어 밥도 잘 먹지 않고 울적한 모드에 빠져있었습니다.
뭐랄까 아버지에겐 사랑 비스무레한 감정을 받아본 기억이 없습니다. 제가 아파서 토를 해도 괜찮냐는 관심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아마 아버지도 어린 시절 사랑받지 못하고 커서인지 금전적인 후원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듯합니다.
어머니는 제게 좋은 음식 등 해주시지만 감정적인 교류와는 거리가 멀어 제가 감정적으로 힘들 때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마음의 위로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힘들어 보일 때면 항상 괜찮냐 물어봐 주시지만 어머니에겐 너무나 많은 판단의 눈길을 받아왔기에 그저 제 마음을 혼자 삭힙니다. 얘기해 봤자 어머니는 어머니의 시선으로 날 바라보겠지 싶습니다. 분명 사랑을 주신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공허하고 텅 비어버린 듯해요.
변칙적인 주기로 공허함을 느끼지만 보통 때엔 삶에서 소소한 행복들을 찾으며 살려고 합니다. 그러나 어쩌다가 다른 사람들의 따뜻한 가족애에 관한 것을 직접적으로 보게 되면 한순간 무너집니다.
가질 수 없다면 포기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이런 감정을 느끼면 세상 모든 것이 허망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제겐 딱히 무언가 이루고 싶다는 열망과 하고 싶은 것도 없어 왜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우울하고 무기력 해집니다.
친구와 한 번 이런 얘기를 해본 적이 있는데 제가 괜한 일로 크게 느끼고 힘들어 하는 듯 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타인이 보기엔 재정적으로 힘든 것도 아니고, 어릴때 사랑의 매란 형태로 맞은 적이 있지만 직접적인 가정 폭력을 당한 것도 아니었고, 가정의 위기는 있었지만 지금은 나름 평온한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감정을 떨쳐내기가 힘들기만 합니다.
어쩔 땐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어쩔 땐 힘든 것 같습니다. 저도 제 자신을 모르겠어요.
이럴 땐 제 마음을 다시 어떻게 일으켜 세우고 괜찮아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