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감정을 모르겠어요
현재 저는 대학 졸업을 앞둔 학생입니다.
과거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혼과 아버지 사업의 실패
어머니가 저를 두고 “엄마 다녀올께.” 라고 말씀하고는
거실에 누워 있는 저를 한참이나 바라보시다가
문을 열고 나가던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물론 어머니의 얼굴 목소리 향기는 전혀 기억이 없어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약 5년 친척집에 맡겨졌습니다.
친척집에서의 성추행과 폭행들이 있었어요.
친척오빠가 옷을 발가벗고 욕조에 들어가 물을 틀고는
굳이 들어와서 물을 끄라고 시키기도 했고
우유를 엎질렀다는 이유로 배가 걷어차이고
머리채가 잡히고 뺨을 맞기도 했어요.
그러다 아버지께서 폭력을 아시고는
저와 동생을 그 곳에서 꺼내주셨고
PTSD로 치료를 2년간 받고 완치되었습니다.
아동학대 관련된 일은 사실 이제 담담해요.
친척을 아동학대로 고소했지만 반려되었습니다.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만 하더라구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비록 힘든 경제적 환경이였지만
묵묵히 노력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그동안
혼자 해결하려 하고 꾹꾹 참아왔어요.
그렇게 노력해서 대학에 왔는데
최근 아버지처럼 저를 아껴주던 친척분께서
하늘나라로 떠나버렸습니다.
당시에는 슬펐지만 담담하게 지내려 했어요.
최근 묘에 찾아뵈면서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마치
흩날리기 시작한다는 느낌이 듦과 동시에
아빠도 그렇게 훌쩍 떠날까봐 슬펐어요.
돌아가신 친척분께 신발하나 못사드렸는데,
아버지께 아직 해드린게 없는데 하고 슬펐어요.
밤에는 혼자 이유없는 눈물이 나요.
그렇다고 눈물이 날때는 슬프진 않고 오히려
너무 담담해져서 스스로가 걱정이 되요.
그동안 걱정끼쳐드리기 싫어서
혼자 척척 해내려고 노력했는데 괜찮다고
이겨낼 수 있다고 느꼈는데 이젠 모르겠어요
방향은 맞는 것 같은데
너무 담담하고 감정이 없어지는 기분이에요.